맹방의 포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노동당 80주년 행사 참석차 방북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포옹하고 있다. 왼쪽부터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통역자,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김 위원장, 메드베데프 부의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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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 참석차 방북한 중국과 러시아의 '2인자'들과 반미 삼각연대 굳히기에 나섰다. 북한은 경제와 무역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불가역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군사동맹인 러시아를 발판 삼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주력하는 모양새다. 경제와 외교안보 양쪽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10일 중국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을 찾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 "조·중(북·중) 관계는 견고해서 깰 수 없다(牢不可破·뇌불가파)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표현은 '난공불락'이나 '철옹성'처럼 매우 튼튼하고 견고한 상태를 지칭할 때 쓰인다.

김 위원장은 리 총리에게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북·중 우호 협력 관계를 견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북한 당정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중 관계 변화와는 무관하게 북·중 관계를 유지하며 내부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희망이 담긴 언급으로 풀이된다. 이에 리 총리도 김 위원장에게 "조선(북한)과 고위급 교류 및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싶다"면서 "국제적·지역적 사안에서 조정 협력을 깊게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날 노동신문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 양국 간 유대 관계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조(중·북) 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 훌륭히 공고히 하며 훌륭히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시종일관 변함없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평양에서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했다. 또 러시아 측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러시아와 북한 군인들은 쿠르스크주를 해방하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했다"며 "이 위업은 러시아인의 마음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면서 감사를 표시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함께 방북한 통합러시아당(러시아 최대 정당) 지도부는 북한 노동당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측 지도부가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들에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며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러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욱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2인자가 동시에 북한 당 창건일 행사에 참석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북한의 외교가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남 전 원장은 "러시아 파병과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통해 확인된 북·중·러 연대가 지속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북한이 3국 간 연대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차원에서 당 창건 80주년 행사를 대규모로 기획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노동당 만세' 수놓은 예술공연 지난 9일 저녁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조선노동당 만세'가 진행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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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전날 저녁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열린 당 창건 80주년 경축대회에서도 리 총리와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나란히 앉아 행사를 관람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행사 주석단에서 김 위원장 오른쪽에는 리 총리가 자리했고 왼쪽에는 국가 최고지도자인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섰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또럼 서기장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김 위원장은 기념 연설을 통해 이른바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켜 경제·군사 발전을 이루겠다고 대내외에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렇게 외부 세력의 상시적이고 집요한 압력과 간섭, 침략 위협이 가증되는 가운데 수호와 건설의 어렵고 방대한 과업들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던 예는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기세로 몇 해 동안 잘 투쟁하면 얼마든지 우리 손으로 우리 생활을 눈에 띄게 개변할 수 있다"며 "반드시 이 나라를 더욱 풍요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일떠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해 "새 세기(2000년대 이후)에 추진했던 경제·핵무력 병진 노선이 미국 제국주의의 핵위협 대처 노선임을 강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한·미·일 등 '적수국'에 대한 강대강 입장을 재확인했고,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낙원을 만들기 위해 좀 더 버티자'고 호소했다"고 해석했다.

[김성훈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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