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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대미투자 불안’에 달러 쌓는 기업, 환율 더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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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관세 재점화에 환율 1430원대로 급등

    기업, 환율 상승 베팅에 환헤지 비율 줄이기까지

    국내 외화예금 잔액 4개월째 1000억달러대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 환율 안정 관건”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대미 투자를 둔 미국과 세부 협상이 난항을 이어가며 기업들의 ‘달러 쟁이기’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이 대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 확대를 앞둔 기업 입장에선 우선 달러 보유를 늘리며 대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자칫 달러 수급 불균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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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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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 불확실성에 달러 실수요↑…기업 ‘방어 모드’

    12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전일 야간장에서 환율은 1432.0원까지 급등했다. 정규장 마감가(1421.15원)보다 10원 이상 더 올랐다. 추석 연휴 전과 비교하면 무려 32원이 뛰었다.

    직접적으로는 희토류가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격화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을 둔 시장의 우려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경우 대미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이 3500억달러 대미투자를 현금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에 한편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3500억달러는 한국 외환보유액의 84%에 이르는 금액이다.

    시장 참여자들에 따르면 대미 투자를 둔 협상 교착 상태가 길어지며 기업들의 달러 수요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현지 투자를 위해 달러 보유액을 늘리거나, 수익을 환전하지 않고 다시 재투자하는 일이 늘어나면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예를 들어 조선사와 같은 중공업사는 수주가 들어오면 자동 환헤지에 나서는 구조가 많았지만, 올해 들어 관세 협상이 시작되고는 환헤지 비율이 많이 줄었다”며 “데이터로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수출 기업 상당수가 달러를 팔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할 수도 있는 등 예비 달러 수요가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라며 “달러 매도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기업들의 환헤지 흐름이 바뀌었다. 국내 주요 조선사의 경우 외환 유출입의 60~70%에 대해 환헤지를 진행해왔으나 이를 50% 이하로 줄였다. 조선사의 수주 규모만 해도 조 단위로, 외환 시장의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매도 물량이 예상보다 안 들어온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며 “지표는 후행하기 때문에 11월과 12월, 연말로 갈 수록 숫자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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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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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미 투자, 중장기 환율 리스크

    기업과 개인이 달러를 쌓아두고 있는 지표인 외화예금 잔액도 증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76억 4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24억 9000만달러 늘었다. 지난 4월부터 4개월째 1000억달러대를 이어가고 있다. 8월 중 기업예금은 929억 6000만달러로 25억 4000만달러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미 투자를 비롯한 관세 불안이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길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환율이 크게 내리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편에서는 1420원대를 넘어선 만큼 1450원까지는 쉽게 오르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위원은 “갑자기 협상이 잘 타결된다면 환율이 1350원대로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환율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1420원이라는 1차 상단이 무너졌으니 1450원까지는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오르면서 수출 기업 등을 중심으로 미국의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환율이 오르는 속도가 빠른데다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환율이 등락하는 상황이 기업에도 긍정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이 손해를 보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자본유출에 따른 외환위기에 노출되고,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돼 오른 것이라 도움이 될 수 있다 해도 기업에 좋은 이슈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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