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잔고 추이/그래픽=이지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에 미국 증시가 급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경우 높은 신용융자잔고가 추가 상승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15조원 수준에 그치던 신용융자잔고는 코스피 랠리가 한창이던 지난 6월23일 2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지난달 26일 23조5378억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재 집계가 가능한 가장 최근 날짜인 이달 2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23조3413억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융자잔고는 증권사로부터 매수 대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후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신용융자잔고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은 전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한 영향이 크다.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 등 주요 위험자산이 동반 강세를 보인 상황에서 코스피도 36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 하락에 대한 두려움보다 FOMO(상승장 소외 공포) 현상이 확산하며 신용융자잔고가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다시 불거지며 변동성이 커졌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정부가 오는 10월14일부터 중국산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중국 정부는 11월8일부터 희토류를 수출하려면 상무부 사전 허가를 의무화하겠다는 맞불 조치를 내놓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전반에 대해 100%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장이 고조됐다.
트럼프 발언 직후인 지난10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 7개 종목에서 하루 사이 시가총액은 약 110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도 동반 급락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은 중국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려는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은 불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시장은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갭 하락으로 출발했지만 낙폭을 일부 줄였고 코스닥은 한때 상승 반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실제 무역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당분간 증시 내 변동성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앞두고 양국이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 실제 고율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며 "APEC 전까지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장 내 변동성이 커질 경우 그간 랠리를 이끌어온 AI(인공지능) 관련주 거품 우려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주력 업종이 반도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최고경영자)는 이르면 6개월 내 시장에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밝혔고 IMF(국제통화기금)와 영국 중앙은행은 현재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닷컴버블 수준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정부 셧다운, 미·중 갈등으로 시장 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시장이 하락 대신 횡보하더라도 신용거래 투자자는 이자 부담이 누적돼 손익이 악화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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