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전기차·배터리 겨냥…희토류 수출통제에 美와 연대 움직임
네덜란드의 中윙테크 현지 자회사 경영권 박탈 사건 여파 확산세
EU 내에서 중국기업의 유럽 투자 때 기술 이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맞서 EU가 미국과 연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서다.
중국과 유럽연합 무역 갈등 |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미중 제2차 관세 휴전 만료를 앞두고 치열한 수 싸움 중인 중국은 자칫 EU도 적으로 두게 될 처지여서 주목된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EU 집행위원회의 마로스 세프코비치 무역 담당 부위원장이 전날 덴마크에서 열린 EU 통상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중국의 투자에 열려 있지만 적절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며 "EU 역외 기업들이 EU 시장에 투자하려면 기술 노하우를 유럽 현지 사업자들에게 이전토록 강제하는 새 규정을 제안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새 규정에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할 때와 마찬가지로 EU 시장에서 실질적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국 기업들은 실질적인 기술과 지적 재산을 이전하라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의 견해를 지지하며, EU가 미국과 중국의 사례를 참고해 보다 강력한 무역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같은 주장은 중국이 상대적으로 앞선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등 청정 기술 분야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27개 회원국을 둔 EU 집행위원회는 EU의 무역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 기업의 기술 강제 이전이 명문화하면 중국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SCMP는 전날 EU 통상장관 회의에서 중국의 희토류 통제 문제가 안건으로 포함되지 않았지만, EU가 미국과의 연대해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9일 사마륨·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고,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중국산 희토류가 0.1%라도 포함돼있거나 중국의 정제·가공 기술을 이용한 경우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희토류 수출 통제를 크게 강화한 바 있다.
EU는 중국 당국이 리튬 배터리와 인조다이아몬드도 수출통제를 하려는 데 대해 바짝 긴장하고 있으며, 미국과 공동으로 중국에 대응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라스무센 장관은 "희토류 문제 등에선 미국과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다"며 "미국과 힘을 합쳐 중국이 공정하게 행동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리아 암파로 로페스 세노빌라 스페인 상무장관은 "EU가 중국에 수출제한 등 어떤 종류의 조치로도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U-중국 정상회담 |
SCMP는 EU가 '근육을 과시하며' 중국 기업들에 기술 이전을 요구한다고 전했으나, EU 내에선 최근 각종 핵심 원자재에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로 공급망이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외에 중국 기술기업 윙테크의 반도체 자회사인 넥스페리아의 경영권을 현지 네덜란드 정부가 장악하는 비상조치를 취한 걸 두고도 양국 간 분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중국과 미국·EU 다툼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윙테크는 지난 13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기업 보고서를 통해 네덜란드 경제부와 현지 법원의 결정으로 넥스페리아가 현재 외부의 관리를 받는 상태라고 확인했다.
넥스페리아나 그 자회사들의 자산, 지식재산권, 사업, 인력에 대해 윙테크가 앞으로 1년간 변동을 가하지 못하도록 네덜란드 당국이 9월 30일 명령을 내린 것이다.
네덜란드 현지에선 반도체 칩 관련 기술이 중국에 유출 징후가 있었으며 그로 인한 네덜란드 경제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윙테크의 지배권 동결 조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SCMP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네덜란드 외무부에 윙테크의 장쉐정 회장이 '수출규제명단'(Entity list)에 포함돼 있다면서 장 회장의 넥스페리아 경영권 박탈을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이번 사건을 네덜란드와 미국이 합작한 것으로 본다.
현재 미국 주도의 제재로 인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공정) 장비가 중국에 수출되지 못하는 상황에 더해 윙테크의 넥스페리아 경영권 박탈 사건은 중국과 네덜란드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가 EU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중국과 EU 간 분쟁으로도 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윙테크는 저장성 자싱에 본사를 둔 제조자개발생산(ODM) 국유기업으로, 2018년 10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를 36억달러에 인수했다. 윙테크는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옛 '필립스반도체'의 후신인 'NXP 반도체'에서 분리된 기업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와 가전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칩 등을 생산한다.
넥스페리아 |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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