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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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15일 ‘평양 무인기 의혹’과 관련해 수감 상태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재구속된 이후 수사기관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버티기’로 일관하던 윤 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특검 조사에 응했는데, 조사실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42분쯤 내란 특검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일반이적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고검 청사에 도착한 그는 경찰과 청사 방호 직원 등의 경호를 받으며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재구속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수사기관 조사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건강상 이유로 3대 특검의 조사 요구에 모두 불응해왔다. 지난 8월1일에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 전 대통령 강제구인에 나섰지만, 그가 속옷 차림으로 완강히 거부해 무산되기도 했다.
이날 조사는 윤 전 대통령이 출석에 응하겠다고 하면서 임의출석 형태로 진행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소환 요구에 두 차례 응하지 않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지난 1일 발부받았다. 특검은 지난 2일 서울구치소를 상대로 집행 지휘를 했고, 구치소 측이 윤 전 대통령 재판 일정과 교도소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기로 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구치소 측의 집행 계획을 듣고 직접 출석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변호인단의 일정 협의 요청에도 일방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며 “적법절차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평양 무인기 의혹 등 외환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윤 전 대통령 등이 12·3 불법 계엄의 구실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 했고, 이 때문에 지난해 10~11월 김용대 국군드론사령관을 앞세워 평양 등지에 무인기를 날려 전단을 살포하는 작전을 실행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특검팀은 김 사령관이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의 총괄 지휘를 받아 드론사를 동원한 작전을 실행했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이를 직접 보고 받았다고 본다. 그리고 국군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이 작전을 최종 승인했다고 판단한다. 특검은 이들 네 명이 공모해 군 지휘체계를 위반하고 비례성을 벗어나면서까지 무인기 작전을 밀어붙여 우리 군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쳤다고 본다.
내란 특검팀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모습.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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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측은 사건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 공모자들을 이달 중 일반이적 혐의로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공모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미 마무리했다. 다만 이날 조사 진도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외환 혐의 의혹과 관련해 필요한 질문은 다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추가 조사 여부는) 오늘 특검에서 준비한 질문이 다 소화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조사가 급하게 성사되면서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늦게 조사에 입회했고, 오전 10시14분쯤에야 조사가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인적사항을 묻는 질문부터 진술을 거부했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1시간만에 휴식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오후 6시51분 조사가 끝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체포영장 청구 사유로 제시된 외환 관련 조사 역시 이미 두 차례 출석해 충분히 조사받은 사안으로, 더 진술하거나 제출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 전 대통령 추가 소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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