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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위기속 재계는 원팀…이재용·정의선 일본서 미래전략 머리 맞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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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서 한미일 경제대화 개최
    정재계 리더 50여명 집결

    韓 정치권 집안싸움 할 때
    기업인들은 민간외교 총력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논의


    매일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 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마쓰오 다케히코 일본 경제산업성 통상차관, 쓰쓰이 요시노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 사와다 준 NTT 회장(왼쪽부터)이 15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 본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정·재계 인사들은 한·미·일 3국 간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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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무역·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미·일 재계 수장이 ‘생존 방정식’ 찾기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 각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집결해 상호 경제 발전에 나서자며 손을 잡았다. 국내 기업인들이 미·일 재계와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먹거리를 모색하는 반면 정치권은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한·미·일 기업인들은 이날 일본 도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에서 열린 ‘제3회 한미일 경제대화(TED)’에 참석해 차세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인공지능(AI)·통신·조선·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TED는 한·미·일 정·재계 주요 리더들이 모여 경제·안보 발전과 상호 이익 확대 방안을 협의하는 정책 세미나다. 국제 유력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와 허드슨연구소 등이 공동 주관하고 삼성·현대차·SK·LG가 후원한다.

    이날 한·미·일 정·재계 인사 50여 명이 총출동했다. 재계 총수로는 이재용·정의선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전문 경영인으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유정준 SK온 부회장이, 정부 측에서는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자리했다.

    매일경제

    미국에선 윌리엄 콘웨이 칼라일그룹 회장과 앨릭스 로저스 퀄컴 사장,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사장이, 정계·정부를 대표해 빌 해거티 미국 상원의원과 앨리슨 후커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이 모습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손정의 회장과 사와다 준 NTT 회장, 가네하나 요시노리 가와사키중공업 회장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재계 수장이 대거 참가했다.

    지난해 불참했던 이재용 회장은 참석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 회장은 기자와 만나 “비공개 행사라 특별히 말해 줄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네트워크, 사이버 시큐리티 분야에서 3국 협력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손잡고 실행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올해 TED는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뜨거웠다. 미·중 통상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에너지·공급망부터 AI와 통신·조선 협력에 이르기까지 5개 주제로 본행사가 진행됐다. 장재훈 부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작년에는 대중국, 한·미·일 협력 같은 것을 논의했는데 이번에는 기술, 통신, 에너지 등 많은 주제를 다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세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미국 퀄컴,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는 AI·통신 세션에 참가해 머신러닝, 퀀텀컴퓨팅 분야 사업을 발굴하고 차세대 6G 통신 기술을 놓고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AI 기술을 적용한 무선통신 기술 활용 방안도 거론됐다. 최근 삼성은 퀄컴, 버라이즌 등 정보통신 기업들과 6G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글로벌 컨소시엄에 참여했는데 이번 논의를 통해 차세대 통신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회장은 “2035년에는 인간 지능의 1만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이 현실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ASI와 인간의 지능 관계는 현재 우리가 인식하는 인간과 물고기 간의 지능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SI의 지능 수준을 인간과 비교하면 우리는 물고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에너지 세션에선 AI 기술 활용한 분산형 발전과 재생에너지 협력 방안이 집중적으로 협의됐다. SK·LG화학·효성중공업과 일본 스미토모, 가와사키중공업, 미국 연료전지 업체인 블룸에너지가 참가했다. 조현준 회장은 AI 시대 글로벌 전력 확충을 위한 에너지·전력 분야 협력 방안에 관한 토론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세션에선 풍산그룹과 일본 도요타·도시바·소니와 미국 페덱스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여해 광물 자원을 확보하고 동맹국 간 물류 협력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미국 관세나 통상 문제 해법이 직접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다만 3국의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당국자가 일제히 참석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기업들은 동맹국 간 첨단기술 확보에 주력하되 정부는 민간 협력을 지원하며 물밑에서 통상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 핵심 사업이 추진 중인 조선 세션에선 후커 정무차관이 직접 마이크를 잡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생각하는 조선 산업의 중요성은 상상 이상”이라며 “한·미·일 3국 협력을 통해 같이 해 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조선 세션에선 해외 직접투자를 촉진하고 대규모 상선·군함을 공동 건조하면서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일 협력은 3국 협력뿐 아니라 한미, 한일, 미·일 등 개별적인 협력에서도 중요하다”며 “3개국의 산업 체계를 볼 때 AI와 공급망, 디지털,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이 특히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인은 “미·중 통상전쟁은 물론 러시아,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반응도 많았다”며 “한·미·일 기업이 안정적으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가 통상, 안보 위기 완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업인들이 성장 동력을 위해 뛰고 있는 데 비해 국내의 후진 정치가 기업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호무역주의 국면에도 뚜렷한 의원 외교 활동은 보이지 않는데 국민 먹거리는 뒷전으로 미루고 여야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가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민의 57.9%는 “정치에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정연구원이 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남녀 8251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통계를 추출한 결과다. 기관별 신뢰도에서 국회는 4점 만점 중 2점에 그쳐 교육기관(2.7점), 대기업(2.5점), 중앙정부(2.4점)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최하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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