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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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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정권 밀어낸 Z세대 시위… 네팔 이어 마다가스카르 정부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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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지 시위, 亞 넘어 중남미-阿로 확산

    부패-실업난-불평등에 불만 누적

    마다가스카르 청년들 反정부 시위… 의회-군부도 합세해 대통령 탄핵

    모로코도 화들짝, 민심 수습 서둘러

    동아일보

    Z세대 시위 상징 ‘원피스 해적 깃발’ 들고 14일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젠지(Z세대) 시위’ 참가자들이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현수막에는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된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해적단 깃발이 그려져 있다.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단수와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정권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이날 라조엘리나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안타나나리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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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동부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3주째 이어진 ‘젠지(Z세대·1995∼2010년 출생자) 시위’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지난달 네팔에 이어 젠지 시위로 정부가 붕괴된 두 번째 사례다. 올 8월 아시아에서 시작된 반정부 젠지 시위는 파라과이와 페루 등 중남미를 넘어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케냐 등 아프리카로 확산하고 있다. 나라마다 시위를 촉발한 구체적인 사건들은 다르지만 만성적 부패, 실업난, 경제 불평등에 대한 청년층의 반발이 공통 요인으로 꼽힌다.

    ● 의회-군부 합세해 해외 도피한 대통령 탄핵

    AP통신 등에 따르면 14일 마다가스카르 의회는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전체 의석 163명 중 130명의 찬성으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전날 해외로 도피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탄핵을 막기 위해 대통령실 페이스북을 통해 의회 해산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야당 지도자인 시테니 란드리아나솔로니아이코 의회 부의장은 “의장과 사전 협의 없이 내려진 해산 명령은 법적으로 무효”라며 탄핵 절차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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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정예부대 ‘캅사트’를 향해 환호하고 있다. 안타나나리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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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라 대통령 대신 젠지 시위에 동참한 군이 정권을 장악했다. 이날 캅사트(CAPSAT·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엘리트 부대) 부대의 미카엘 란드리아니리나 부대장(대령)이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군이 권력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탄핵을 의결한 의회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기관을 해산한다며 “최대 2년의 과도기 동안 의회, 정부, 사법부 연합체가 국가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다가스카르 헌법재판소는 란드리아니리나 대령에게 국가원수로서의 권한 행사를 촉구하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마다가스카르에선 지난달 25일 안타나나리보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된 후 여러 도시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레오(Leo·지긋지긋하다는 의미)” “물과 전기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우리는 생존(survive)하는 게 아니라 살고 싶다(live)”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정부의 강경 진압에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군부의 정권 장악 선언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마다가스카르 공화국은 무력으로 인질이 될 수 없다. 국가는 여전히 굳건히 서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집권 뒤 무능과 부패로 민심을 잃은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다시 권력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 정권 붕괴 후 정치 대안 부재가 함정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있는 인구 3000만 명의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뒤에도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 나라 인구의 약 80%가 빈곤선(하루 소득 2.15달러) 이하일 정도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 인식 지수에선 180개국 중 140위다.

    마다가스카르 젠지 시위는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물결과 맞닿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청년들은 자신이 나이 든 남성으로 구성된 엘리트 집단에 의해 통치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들이 젊은 세대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악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 왔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그러나 정부 붕괴 이후 정치적 대안이 부재한 상태란 점에서 민주정이 안착할지는 불확실하다. 로이터통신은 “1972년 마다가스카르의 필리베르 치라나나 정권 붕괴 후 두 명의 군부 지도자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음에도 많은 시위자들에게 (군의 정권 장악이) 큰 걱정거리가 아닌 듯하다”고 논평했다.

    ● 모로코 재무장관, ‘신속한 개혁’ 강조

    지난달 27일부터 반정부 젠지 시위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 모로코에선 정부가 여론 수습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디아 페타 알라위 모로코 재무장관은 14일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주최 토론회에서 “경제 이론이 작동해 (저절로) 일자리가 생겨주기만을 기다릴 순 없다. 당장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국에서 벌어진 젠지 시위가 나라를 위한 ‘경종’이 됐다면서 “예산 한 푼, 한 푼이 최대한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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