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남성에 복무 의향 묻는 설문 후
애초 목표치 미달하면 징병 추첨제로
SPD 소속 국방장관, 강제징집에 제동
지난해 7월 20일 베를린에서 독일 연방군 신병들이 선서식을 거행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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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재무장에 나선 독일이 ‘선택적 징병제’ 도입을 놓고 분열됐다. 집권여당인 기독민주당(CDU)은 의무 복무를 강조한 반면, 연립정부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은 자원 복무에 중점을 두면서 14일(현지시간) ‘선택적 징병제’ 법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취소됐다. 이에 따라 16일 해당 법안이 예정대로 연방의회에서 논의될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기인 2011년 징병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올 5월 집권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강한 독일 군대를 만들겠다”고 선언, 현재 18만 수준인 병력을 26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선택적 징병제는 무엇?
15일 영국 BBC방송은 독일에서 의무복무제를 재도입하려는 계획이 연립정부 내 갈등으로 막판 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애초 두 정당이 발표하려던 ‘선택적 징병제’ 합의안은 자발적 징집과 무작위 추첨제를 결합한 방식이다. 1단계로 18세가 된 남성은 군 당국으로부터 입영통지서와 유사한 설문지를 받게 되는데 군 복무 의향과 체력, 건강정보 문항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
이 응답을 바탕으로 독일 연방군이 자원자를 충분히 모집하지 못할 경우, 2단계로 의무 징집에 나선다. 무작위 추첨을 통해 모자란 병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현재 덴마크에서 시행 중인 모델로, 덴마크는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만 독일은 남성에 한정했다.
국방장관이 강제 징집에 제동
지난 8월 27일 독일 베를린 국방부에서 열린 내각 회의 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프리드리히 메르츠(오른쪽) 독일 총리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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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2단계 무작위 추첨제다. SPD 소속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 강제 징집에 제동을 건 것이다. 실제 피스토리우스 장관이 올여름 제출한 초안에는 “군 복무 결정은 자발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CDU는 규정이 모호하다며 병력이 애초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의무 징집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14년 전 징병제는 폐지됐지만 기본법(헌법)에는 ‘국가가 18세 이상 남성을 강제 징집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일은 러시아와 인접해 있지만 다른 군사 강대국들과는 달리 자체 핵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에 병력이라도 하루빨리 보강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마르틴 예거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가 2029년 이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징병제 재도입 세대갈등 조짐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선택적 징병제’ 도입 논의는 한동안 공전할 가능성이 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15일 “무작위로 추첨해 강제로 징집하는 것은 게으른 타협”이라며 “추첨제보다는 군인 봉급을 올리거나 연수 기회를 확대하는 인센티브로 자원자들을 많이 끌어오는 게 더 실효성 있다”고 반박했다.
징병제 재도입을 놓고 세대 간 갈등 조짐도 보인다. 독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포르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54%가 징병제 복귀에 찬성했지만 징병 대상인 18~29세에선 반대 의견이 63%로 훨씬 높았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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