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두나무의 주식교환 협상 소식에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양사의 빅딜은 단순한 지분 교환 이상의 의미 갖는다. 표면적으로는 핀테크와 블록체인의 결합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네이버의 '플랫폼 리빌딩' 선언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그간 인공지능(AI), 검색, 커머스, 콘텐츠를 잇는 4대 축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AI 중심의 전략은 아직 뚜렷한 수익화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두나무와 손잡은 건 'AI 이후(Post-AI)' 시대를 대비해 금융과 디지털자산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축을 세우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에게도 이번 거래는 중요한 전략적 기회다. 풍부한 현금성 자산을 가진 두나무를 네이버 생태계에 편입시켜 AI·핀테크·콘텐츠로 이어지는 네이버의 데이터 인프라 위에 디지털자산 기술을 더하려는 시도다. 송 회장이 네이버 그룹 내 핵심 의사결정 라인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네이버의 금융 전략이 기존 '결제·대출·보험' 중심의 핀테크를 넘어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내재화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미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전반에 금융 기능을 얹고 있다. 이번 빅딜이 현실화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단순한 결제회사가 아닌 '금융 플랫폼 운영체제(OS)'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와 업비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2030년 연간 약 30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순 결제를 넘어 발행·유통·금융상품까지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디지털금융은 지난 10년간 눈부시게 성장했지만 정책적·정치적 제약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정부는 '혁신금융서비스 제도', '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통해 금융산업의 디지털화를 촉진했으나 가상자산 산업은 규제 불확실성에 묶여 왔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시장을 넓히는 사이 국내 사업자들은 제한된 시장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가상자산 기본법은 수년째 논의만 이어졌고,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 사이에서 정치권의 갈등이 반복됐다. 정책은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고 규제는 사후 대응에 그쳤다. 이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안정성을 제공했지만 혁신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치명적 요인이 됐다.
정치권은 디지털금융을 '미래 성장동력'이라 강조하면서도 '투기'와 '위험' 프레임을 벗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의 디지털금융은 기술력과 사용자 기반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정책적 신뢰와 제도적 예측 가능성에서는 선진국 대비 뒤처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업비트의 결합은 단순한 기업 합병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제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촉매제'로 주목된다. 빅테크와 가상자산의 융합은 한국 디지털금융이 '규제산업'에서 '혁신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정부는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원점부터 시작하는 지난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기업 역시 기술과 신뢰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보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결국 한국 디지털금융 전체의 '시험대'다. 정책적 신뢰, 산업적 융합, 소비자 신뢰라는 세 축이 균형을 이룰 때 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디지털금융의 핵심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던진 새 카드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이다. 그 결합이 단순한 빅딜을 넘어 한국 금융 혁신의 새로운 서막으로 이어질지 이제 그 답은 정책과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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