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내시경 수술 로봇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수술 로봇 기업 엔도로보틱스 측은 "로보페라 제품이 지난달 FDA로부터 대장내시경 및 관련 액세서리(FDF)와 위내시경 및 관련 액세서리(FDS), 로봇제어 수술 시스템(NAY)코드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FDA 코드를 받으면 미국과 FDA 인증을 적용하는 다른 나라들에서 합법적인 상업 유통이 가능하다.
로보페라가 받은 3가지 코드 중 NAY는 내시경 및 복강경 시술에 활용하는 로봇 수술 기기에 부여한다. 전립선암 수술 등에 사용되는 다빈치로봇이 NAY 코드를 받은 대표 사례다. 국내 의료기기 중에서 NAY 코드를 획득한 것은 엔도로보틱스가 처음이다. 회사 측은 "국산 내시경 수술 로봇이 FDA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엔도로보틱스의 핵심 경쟁력은 미세 케이블 제어 기술이다. 로보페라는 내시경 앞단에 사람 손에 해당하는 소형 다관절 그리퍼를 장착했다. 미세한 케이블이 몸속으로 휘어져 들어가고, 끝에 달린 로봇팔이 수술을 정밀하게 보조한다. 기존에는 내시경 수술이 어려웠던 부위나 중증질환에도 마취 없는 내시경 수술이 가능해졌다.
김병곤 엔도로보틱스 대표는 "(배에 구멍을 뚫는) 복강경보다 내시경 방식이 장점이 많지만, 기존에는 의료진의 손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 세계적으로 내시경 시술이 점차 표준화되는 추세라 내시경 수술 로봇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김 대표는 2019년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홍대희 교수와 함께 엔도로보틱스를 창업했다. '손기술 좋은 한국이야 내시경 수술을 해도, 외국에선 하고 싶어도 어려워서 못한다'는 의사들의 말에 내시경 로봇의 잠재성을 봤다.
로보페라는 현재 개발 중인 다른 수술 로봇에 비해 가격대가 10분의 1 수준으로 낮다. 본체 크기는 일반 PC보다 작다. 김 대표는 "병원에서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때 비쌀수록 도입 결정이 어려운데, 로보페라는 작은 크기에 합리적인 가격이라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20년에는 초기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도전! K-스타트업'에서 장관상을 받았고, 이후 4년 만인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 선정 기업이 됐다. 엔도로보틱스는 현재 유럽 시장을 위한 CE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연내 미국 병원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시연할 계획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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