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신용시장에 위기 의식…퍼스트브랜드발 신용 리스크, 월가 투자심리에 영향"
미국 자동차 부품사 퍼스트브랜드와 저신용 차주들을 위한 서브프라임 대출업체 트라이컬러가 지난달 잇따라 파산하면서 미국 신용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파이낸셜뉴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금리 상품 인기 속에 대출 과정에서 실사가 부실해 위험도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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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이날 보도에서 퍼스트브랜드가 미국 금융사들의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주요 기업 중 하나였다면서 퍼스트브랜드의 파산 때문에 단기간에 급속히 성장한 CLO 시장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CLO는 은행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제공한 대출 채권들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은행은 레버리지론(고위험 고수익 대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이 자산을 담보로 받은 대출) 형태로 기업에 대출을 제공한 뒤 채권을 금융사에 매각한다. 금융사는 레버리지론 채권들을 모아 CLO를 구성하고, 시장이자율보다 높은 이자율을 걸고 투자자들을 모은다.
이때 CLO 운용사는 자기자본으로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에쿼티 트랜치'(equity tranch)를 구성한다. CLO에 포함된 레버리지론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에쿼티 트랜치가 손실을 떠안는다. 통상 에쿼티 트랜치는 전체 투자액의 10분의 1 수준이다. CLO를 구성하는 레버리지론이 연쇄적으로 부도가 나지 않는다면 CLO 운용사와 투자자는 시장이자율을 상회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퍼스트브랜드 관련 상품의 경우 투자자들에게 11% 수익률을 약정했다고 한다. 높은 수익률이 걸려 있어 CLO 시장은 급성장했고, 레버리지론도 빠르게 증가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레버리지론 실행은 올해 3분기 4040억 달러(574조32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FT는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 퍼스트브랜드가 50억 달러(7조1000억원) 이상의 레버리지론 대출을 받았으며 이는 PGIM, 프랭클린템플턴, 블랙스톤, CIFC, 오크트리, 웰링턴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구성한 CLO 수십 개가 퍼스트브랜드 레버리지론을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퍼스트브랜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운용사들은 문제의 레버리지론 채권을 대폭 할인 매도한 뒤 손실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손실 규모는 40억 달러(5조6800억원)로 추정된다.
투자업계는 레버리지론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출 심사 과정이 해이해졌다고 지적한다. 퍼스트브랜드가 지난해 3월 기업 인수를 위해 7억5000만 달러(1조600억원) 규모 레버리지론 대출을 실행했을 당시, 퍼스트브랜드가 자금 조달 개시를 발표하고 나흘 만에 대출 구성이 완료됐다고 한다.
FT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레버리지론) 발행 속도가 너무 빨라 이전에는 몇 주씩 걸리던 거래가 이제는 며칠 만에 끝난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레버리지론 투자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 몇몇은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투자했으니 안전할 것이라 믿고 제대로 된 기업 실사 없이 대출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퍼스트브랜드 채권 상품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는 한 투자자는 FT에 "모든 수치가 조정돼 있었다"며 "(회계상 이익이) 현금흐름과 전혀 맞지 않아 분석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프라틱 굽타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퍼스트브랜드와 트라이컬러의 연속 채무불이행으로 신용시장의 잠재적 위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신용시장 펀더먼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나타났다"고 했다.
조지 이스터리 식스 스트릿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많은 CLO 운용사들이 수백 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단 몇 명의 애널리스트로 관리하고 있다"며 "썰물이 빠지고 나면 모든 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제대로 대출 심사를 한 운용사와 그렇지 않은 운용사 간 차이가 곧 드러날 것이란 뜻이다.
부실채권 투자자인 마블게이트 자산운용의 앤드류 밀그램 CIO는 "1년 전부터 신용시장에는 신용위험이 불거져 전체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퍼스트브랜드를 통해 신용시장 문제가 월가 전체의 (투자)심리에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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