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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미회담 군불에 판 커지는 경주…美 대사대리 교체하고 판문점 비웠다 [이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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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한중·미중 회담 ‘빅 이벤트’

    李대통령 페이스메이커론 주목

    용산 “북미대화 지지하는 입장”

    공은 北에 “가능성 작고 불확실”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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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서영상·문혜현 기자] 10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미·한중·미중 간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이재명 대통령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론까지 다시한번 주목받게 될 예정이다.

    20일 대통령실은 APEC 기간 중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상황이 급진전이 있다거나 (회담 성사)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상황인지는 모르겠다”면서도 “북미 양쪽 모두 회담에 니즈가 있다는 점은 확인이 됐다”고 했다.

    전날 미국 CNN방송이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하는 방안을 비공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가 트럼프 방한 기간 공동경비구역(JSA) 특별견학을 중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북미회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엔군사령부 관계자는 “판문점 출입 요청은 모두 안전 확보 및 원활한 조율을 위해 절차에 따라 처리 중”이라면서 사실관계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북미회담까지 실제로 성사되면, 한국이 ‘중견국 외교의 성공사례’로 돋보일 수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에이펙 준비에도 한층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과거 사례를 비췄을 때 경호·의전 등 지금보다 몇 배는 수준 높은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대통령실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북미 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라며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페이스메이커로서 할 수 있는 건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아직은 그 성사 가능성이 매우 낮기는 하지만 과거 2019년 한북미 정상회담도 트럼프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전날 성사된 만큼 만반의 준비는 사전에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대통령실은 트럼프 방한에 맞춰 내실 있는 방한이 될 수 있도록 일정 및 예우를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우’ 차원에서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무궁화대훈장은 대통령령에 규정된 대한민국 최고 훈장으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수여되지만 해외 정상이나 왕족들에게도 예우 차원에서 수훈이 이뤄진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직전 주한미국대사대리를 교체하면서 북미 회담 분위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셉 윤 주한대사대리는 오는 26일 약 9개월간의 서울 근무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으로 전해졌다. 후임자로는 트럼프 2기 국무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한국계 케빈 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가 유력하다. 김 부차관보는 의회 인준이 필요한 정식 주한미국대사가 아닌 바로 파견할 수 있는 대사대리 신분으로 부임할 전망이다.

    김 부차관보는 트럼프 1기 당시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미국 대북 외교 분야에서 실무적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계기 북미 회담을 염두에 두고 대사대리를 갑작스럽게 교체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미 회담 실무자를 전격 배치해 북한과 대화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러 차례 비핵화 요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으며 대화 문턱을 올려놓은 상태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직접 성명을 통해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만날 수 있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구체적인 성과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8~2019년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남북관계도 북미 대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당시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하며 모든 대화를 단절시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미국과도 사실상 대화가 끊겨 지금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판문점이라는 장소 또한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판문점 회담을 불편해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을 계기로 방한한 만큼 북미 회담에서 한국과 이 대통령의 기여도가 나타나는 점도 북한 입장에선 불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공은 김 위원장으로 넘어갔고, 북한은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계속 찔러보는 상황이지만, 북한의 대답이 없다”면서 “북한이 나올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지난번 하노이 회담 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했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그 때문에 북한은 이전과 같이 ‘탑다운’ 방식이 아닌 ‘바텀업’을 선호하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실무회담을 하고, 자신들의 조건이 맞고, (의제가) 준비된 후에 나오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또 모든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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