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산업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960~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그같은 평가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화'는 그냥 '컬처'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중 문화를 이끌고 있다는 영화계의 시선은 더 그랬다. 이른바 '자본논리'를 적용하게 되면 특히 더 강하게 반발했다. 한마디로 '예술'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1980년대 중후반, 영화계의 새 바람이 일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지방 흥행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온 영화계에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면서 제작 시스템부터 혁신됐다. 주먹구구식 제작 방식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변했고, 제작비 또한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면 진행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웅본색'류의 홍콩 느와르 영화에 끌려 다니던 한국 영화가 내수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문화에 인더스트리 개념을 도입하면서 등장한 것이 다름 아닌 문화산업이다. 문화와 문화산업은 동전 양면과 같다.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다. 문화산업만을 강조하게 되면 문화가 위축되고 문화만을 고집하게 되면 산업이 위축된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조율하며 정책을 이끌고 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OECD 국가들은 문화산업을 전략적 미래 산업으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등 국책 사업으로 이를 꾸려 가고 있다. 더욱이 미래의 승부는 이같은 문화산업의 향배에 의해 갈라질 것이라면서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 등 상대적으로 문화 할인률이 뛰어난 장르 개발 및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재명 대통령이 최근 게임계 인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문화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게임은 문화산업의 핵심코어라고 게임계 인사들을 격려했다.
이날 그는 또 정부의 역할도 소개했다. 억압(규제)이 아니라 기회(진흥)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다. 이를 뒤집어 보면 이것도 안되고, 저 것도 안되며, 이런 것만 된다는 '포지티브 정책'이 아닌 그 반대의 것, 이 것 외는 다 해도 된다는 '네가티브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만시지탄의 심정이다. 그간의 억울하고 복 받치는 마음이 일거에 사라진 듯 했다.
주지하다시피 게임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때는 엉뚱하게도 마약과 알코올 도박과 함께 사회의 4대악이라고 꼽히기도 했다. 그것도 정부 여당 대표라는 인물에게 말이다. 비행 청소년 문제가 야기될 때에는 어김없이 단골손님으로 불려 나가야 했고,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게 편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로의 말이란, 수출 역군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을 때라고 생각한다. 그마저 없었다면 게임산업계의 30년 성상은 쌓이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이 재명 정부는 다가오는 2030년까지 문화시장 규모를 300조원으로 키우고, 50조원의 문화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게임계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K-영화 K-드라마 K-음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물 달성의 첨병역은 게임이 맡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게임업계를 박대해선 곤란하다 하겠다. 예컨대 경쟁업종에 반해 더 지원하고 수혜를 베풀어 주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적어도 눈높이는 맞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당장, 세제상의 지원 문제가 차별적 요소로 드러나고 있고, 근로시간의 유연성 및 체계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게임 중독 코드 도입 철폐 문제도 미적거리고 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도 해산된 상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부가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계 및 국제 보건기구(WHO)의 눈치를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화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을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 특히 게임은 문화산업의 중심이자 주력 아이템이다. 예전과 같이 자생력이 뛰어난 산업이라고 그냥 방목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지금 글로벌 게임시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여기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심과 위로 그리고 지원사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문화의 중심으로 이해하려는 정부와 사회의 인식 전환의 자세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난 2023년 대중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게임을 문화예술 장르로 인정해 놓고도 제대로 된 훈포상식 한번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가끔 이럴 때면 할 말이 없어진다. 게임계는 영화계와 가요계 등과는 좀 다른 집단인가.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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