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 '의석 10% 감축' 등 요구 대폭 수용
유신 내 "선거 협력은 불필요" 불협화음도
다카이치 사나에(가운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17일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와의 회담을 위해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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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유신회)가 20일 연립정부 구성에 공식 합의했다. 국회의 총리 선출 투표를 하루 앞두고서다. 유신회의 이탈로 다른 야당 간 총리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만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무난히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NHK방송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도쿄에서 만나 연립정부 수립에 합의하고 관련 문건에 공식 서명했다. 두 정당은 21일 중의원(하원)에서 실시될 총리 선출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에 투표하기로 결정했다. 양당의 중의원 의석수를 모두 더할 경우 과반(233석)에 살짝 못 미치는 231석에 달한다.
자민당은 연정 수립을 위해 유신회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요시무라 대표가 연립 구성의 '절대조건' 중 하나로 정한 중의원 정원 10% 감축이 대표적이다. 이날 요시무라 대표는 정원 감축안에 대해 "(정부 법률안이 아닌) 의원 입법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당으로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당은 정치 기부금 규제나 감세 등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대화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재는 극우 정당까지 포함, 과반수 득표를 확보해 2차 투표 없이 총리에 선출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다카이치 총재는 하쿠타 나오키 일본보수당 대표를 만나 "(양측은) 국가관이 비슷하고 헌법·방위·외교 등 공통점이 있다"며 "힘을 빌려달라"고 요청했고 하쿠타 대표는 "일본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일에도 협력하겠다"며 화답했다. 하쿠타 대표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발언을 이어온 극우 인사다.
다만 자민·유신 연립이 이전의 자민·공명 연립 당시와 같은 적극적 공조를 펼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유신회가 장관을 배출하지 않고 '각외 협력(내각배분 없는 정책 협조)' 수준에서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날 마에하라 세이지 유신회 고문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민당과 선거협력은 당분간 하지 않는 게 좋다"며 이번 연정이 "(자민당을)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책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해지자 최근 정국 불안이 해소되며 일본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이날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3.37% 오른 4만9,185엔에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지수가 4만9,000선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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