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실시대’를 항해하는 자영업자
2026년은 폐업과 공실이 늘어나며 중세 대항해시대와 같은 이른바 ‘대(大)공실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금리 상승,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번화가와 골목상권 모두에서 빈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는, 과거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권리금과 조건으로 좋은 입지에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공실항해자는 단순히 빈 점포를 선점하는 것을 넘어, 상권의 흐름과 시기를 읽고 매장 위치, 계약 조건, 오픈 전략, 데이터 분석까지 종합적으로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공실이 늘어나는 시기에 철저히 준비하는 공실항해자라면, 코로나 팬데믹 때 잠깐 열렸던 ‘저점 창업’이란 문고리를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성 김앤최 취업&창업연구소 대표는 “공실이 늘어나는 시점은 일부 점주들이 철수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점주들이 들어오며 상권이 환기되는 시기다. 이때 적합한 업종과 콘셉트로 입점한다면, 해당 매장은 빠른 속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먼저 본인 매장과 업종에 맞는 상권을 정확히 진단한 후 같은 상권 내 다른 입지로 이동이나 매장 규모 확대, 아예 다른 상권으로 이전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8. 하향업글
가격 내릴수록 가치 높아진다
브랜드가 성장하다 보면 프리미엄 라인으로 확장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존 제품 가격 인상만으로 어설프게 프리미엄화하는 전략은 위험하다. 소비자는 가격이나 포장보다 제품의 ‘종(種)’을 먼저 판단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태생 한계를 넘어 억지로 프리미엄을 추구하면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코스프레’ 정도로밖에 인식될 수 없다.
최고 수준 경험과 품질을 갖춘 ‘정점형 브랜드’가 하위층으로 확장하는 접근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스테이크·오마카세·스페셜티 같은 상위 종으로 출발해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하고, 이후 합리적 가격대 메뉴나 새로운 브랜드를 추가하는 식이다. 하위호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경험과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지는 이른바 ‘하향업글’ 전략이다. 이문경 헤비스테이크 대표는 “애플이 하향업글의 좋은 모범 사례”라며 “소비자는 아이폰을 단순 휴대폰이 아닌 새로운 종으로 인식했고, 이후 SE나 아이패드mini 같은 저가 제품을 내놨을 때도 싸구려가 아닌 ‘접근성 확대’로 읽었다”고 설명했다.
9. 원맨테크
AI·푸드테크로 ‘혼자서 N인분’
2026년 자영업 시장은 높은 인건비와 구인난으로 인해 여럿이 함께 운영하는 이른바 ‘팀플’ 난이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각종 기술의 발달로 혼자서도 N인분의 생산성을 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사장 혼자서도 잘 하는 ‘원맨테크’ 시대 도래다.
무인 매장이 대표 사례다. AI, IoT, 얼굴인식, RFID 기반 스마트스토어 등 각종 푸드테크 솔루션을 활용, 상주 직원 없이도 출입과 설비 제어가 가능해졌다. 제조·조리 로봇, 스마트 터치 디스플레이, 다이나믹 프라이싱 등 솔루션을 잘 활용하면 매장 운영이 훨씬 수월해진다. 덕분에 무인 매장 운영 업종도 카페, 편의점, 세탁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피트니스, 스포츠, 공방, 태닝숍 등 서비스 업종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마케팅도 AI가 대신한다. AI 리뷰 분석, 스마트 오더, 개인화 마케팅, SNS 광고 자동화는 물론, VMD(매장 연출) 역시 전문 디자이너 없이도 사장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신메뉴 개발, 세트 구성, 프로모션 설계도 AI가 전방위적으로 지원한다. 비대면과 무인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소비 주력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원맨테크 효율은 과거보다 훨씬 더 올라갈 전망이다.
10. 자영업 뉴제너레이션
성장형 점주가 만드는 새로운 생태계
2026년 한국 자영업은 세대교체를 눈앞에 뒀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고 불리는 2030세대 젊은 점주가 프랜차이즈 창업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다. 중장년층 생계형 점주가 주류를 이뤘던 과거와는 달라진 흐름이다.
이들은 첫 가게 성공 후 다점포 확장과 자기 자체 브랜드 론칭까지 염두에 둔 ‘성장형 창업’을 지향한다. 기존 생계형 자영업자와 달리 자본·노하우·네트워크를 활용해 규모와 수익을 키우는 성장형 창업자 ‘자영업 뉴제너레이션’이 등장할 전망이다. 경영·재무·마케팅 전문성을 기반으로 강소매장을 키워나갈 젊은 점주에 기대를 거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편의점 역할이 확대되는 중이다. 건기식, 뷰티, 의류 등 판매 품목이 확대되는 건 물론 지역 기반 복합 서비스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에 따라 대형 점포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CU 편의점에서 방문객들이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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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업종별 트렌드 전망
편의점은 ‘크게’, 주점은 ‘초가성비’
장사를 하고 있는 자영업자라면, 현재 자신이 속한 ‘업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국내 자영업 주요 업종별로 2026년 달라질 트렌드를 미리 살펴본다.
카페와 함께 국내 자영업 양대축인 ‘편의점’은 레드오션을 넘어 ‘블러드오션’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과포화 상태다. 각 브랜드와 점포가 피를 흩뿌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비유다. 한없이 늘어만 갔던 점포 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성장’이 유력하다. 본사 역시 무조건 점포 수 늘리기보다는 수익성 높은 우량 점포 발굴에 더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본사 출점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2026년 편의점 창업 진입장벽은 높아진다. 신규 창업자라면, 무분별한 출점이 이뤄지던 과거보다는 좋은 상권을 점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상권 통폐합’이 대세로 떠오를 수 있다. 복수 부진점을 폐점하고 대형 우량점으로 통합해 재출점하는 상권 구조조정 방식이다. 기존 부진점 경영주는 적자 운영에서 탈출할 수 있고, 새로운 경영주도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점점 다양해지는 ‘편의점 역할’ 역시 관전 포인트다. 최근 편의점은 단순 소매 채널에서 지역 기반 복합 서비스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은 물론, 무신사 등 기업과 연계를 통한 의류 판매도 활성화되는 모습이다.
이때 중요해지는 건 점포 희망지 임대면적이다. 14년 동안 편의점 업계에 몸담으며 현재 15개에 달하는 점포를 운영 중인 진규훈 점주는 “앞으로 편의점이 퀵커머스(배달 플랫폼) 허브로 쓰일 것까지 고려하면 점포 임대면적은 60평 이상이 좋다”며 “대형 점포가 유리한 이유는 단순히 상품을 많이 적재할 수 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 편의점 역할 확장으로, 운영 다양화 트렌드에 발맞춰 본사와 같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가커피가 대세로 자리한 ‘카페’ 시장에서 생존 전략도 깊이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가격’이 아닌 ‘가치’로 선택받는 개인 카페 사례에서 배워볼 만한 점이 많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식은 바로 ‘대형 브랜드 폐업 점포 인수’다. 최근 저가커피는 유사 브랜드끼리 반경 100m 이내에서 경쟁하며 자기잠식을 보이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폐업 매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빈자리를 노려야 한다’는 것이 장사고수 의견이다. 애초에 대형 브랜드 본사에서 엄선해 출점한 곳들이기 때문에, 유동 인구와 접근성, 배달 효율 등이 좋은 경우가 많다.
가격이 아닌 ‘경험’과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워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새겨들을 만하다. 싸게 파는 경쟁에서 벗어나, ‘왜 여기여야만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주목받는 아이템은 식사 대용이 될 수 있는 베이커리나 식후 디저트다. 이제 단순히 커피라는 음료만으로는 저가 브랜드와 경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기홍 크레이지커피 대표는 “최근 트렌드 중 하나는 수제 베이커리와 커피를 결합한 소형 베이커리 카페다. 특히 베이글, 크루아상, 스콘 등 다양한 제과제빵 아이템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강한 수요를 보이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입소문을 타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며 “브런치 수요와 디저트 수요를 동시에 잡는 방식으로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 중 하나인 ‘고깃집’은 남다른 ‘한 끗’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한 가지 강점에만 초집중하는 이른바 ‘송곳전략’의 필요성이다. 방법은 다양하다. 김치에 집중하기, 돼지고기 숙성이나 품종으로 차별화하기, 프리미엄 사이드 메뉴로 승부 걸기 등이다. 부족한 원육 품질을 보완하고 고기밥 등 사이드 메뉴로 확장도 쉬운 ‘양념육’에 전념하거나 일본식 무한리필 고깃집 ‘야키니쿠 타베호다이’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저트 시장에서는 크게 3가지 키워드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K-디저트’ ‘비건’ ‘ESG’다.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디저트 시장에서도 전통 간식에 기반을 둔 ‘K-디저트’가 대세로 떠올랐다. 약과나 주악, 곶감을 비롯해 꿀떡·호떡 같은 길거리 음식도 외국인은 물론 젊은 세대에게 다시 사랑받고 있다. 디저트 업계 B2B 플랫폼을 운영 중인 이은성 신바드·대하 대표는 “한복 패턴을 입힌 마카롱, 사군자 문양 양갱, 태극 문양 포장의 인절미 쿠키처럼, 전통과 국뽕(애국심 마케팅)의 오글거림이 ‘힙함’으로 재해석되는 시대가 됐다”며 “감성 마케팅이 중요한 디저트 시장에서, 국뽕은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콘셉트 장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건과 글루텐 프리 디저트는 선택에서 기본값으로 격상된다. 저당 디저트를 비롯해 한국산 쌀가루·강황·병아리콩 가루 등을 사용한 식이요법 디저트, 식물성 버터와 비정제 감미료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일반화된 건강 디저트’가 주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 밖에 과일 껍질이나 커피 찌꺼기 등으로 만든 ‘업사이클링 쿠키’ ‘제로웨이스트 베이커리’ 등도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디저트 소비 그 자체로 스스로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의 반영이다.
주점에서는 역시 ‘초가성비’ 트렌드가 이어질 예정이다. 2025년에는 ‘생마차’로 대표되는 이른바 ‘1900원 생맥주’ 열풍이 뜨거웠다. 같은 맥락에서 2026년에는 일본식 무제한 술집 ‘노미호다이’가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주점 형태로 2시간 980엔, 3시간 1280엔 등만 내면 매장 내 모든 주류를 즐길 수 있는 주점이다. 이철주 대표는 “우리나라는 1차에서 식사와 음주를 한 번에 마치고 바로 귀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노미호다이는 1차에서 모든 걸 끝내기 적합하다”며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데다 안주도 저렴해서 배부르게 먹기 좋다. 그동안 초저가 주점 가성비에 실망한 고객에게 각광받을 만한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은 매장 이전 적기로 꼽힌다. 빈 점포가 늘어나며 전에 없던 가격으로 주요 입지에 진입할 수 있다. 단, 매장 위치와 계약 조건, 오픈 전략, 데이터 분석 등 종합 활용이 중요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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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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