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전 직후 러 항공기 통행금지
푸틴, 불가리아쪽 '남쪽' 경로 선택할 듯
"회담개최 좋은일"…일각선 "전범 반대"
[소치=AP/뉴시스] 유럽연합(EU)은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헝가리를 찾을 때 러시아 항공기 통행 금지 조치를 일시 정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5.10.2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유럽연합(EU)은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헝가리를 찾을 때 러시아 항공기 통행 금지를 일시 정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뉴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EU는 20일(현지 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소집해 미국-러시아의 헝가리 정상회담 대응 문제를 논의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람이 유럽에 오는 것을 보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진심으로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을 원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러시아"라고 말했다.
다만 헝가리 미러 정상회담의 정상적 개최를 전제로 "부다페스트에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여 푸틴 대통령의 유럽 방문을 막아서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앞서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2월 러시아 항공기의 EU 회원국 영공 비행을 전면 금지한 상태인데, 푸틴 대통령이 헝가리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 상공을 반드시 지나게 된다.
벨라루스를 통과하는 북부 항로를 선택할 경우 폴란드·슬로바키아를, 튀르키예를 거치는 남부 항로를 선택할 경우 불가리아·루마니아나 불가리아·세르비아 영공을 지나가야 한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우호국이자 EU 비회원국인 세르비아 국적기에 탑승해 통행 금지를 우회한 뒤 세르비아에서 헝가리로 육로 이동하는 방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BBC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직항이 아닌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 열린 앵커리지 미러 회담 당시에도 미국의 비행 금지 조치 일시 해제를 받은 뒤 자신의 전용기로 알래스카를 방문한 바 있다.
BBC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 문제를 각국 당국에 회부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돼 있으므로 각국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EU가 장애물을 만들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긴장 관계인 폴란드를 지나쳐야 하는 북부보다는 튀르키예·불가리아를 거쳐 남유럽으로 헝가리에 들어가는 경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이 남부 항로를 선택할 경우 EU 차원의 허가와 함께 최대 불가리아·루마니아 2개국의 영공 개방만 얻어내면 될 것으로 보인다. 세르비아를 통과할 경우 불가리아 1개국만 거치면 된다.
한편 러시아와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고 있는 발트해 연안 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켄스투티스 부드리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유럽에는 전범이 올 자리가 없다"며 "우리는 유럽의 원칙을 고수해야 하며, 푸틴이 유럽에서 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헤이그의 ICC 앞뿐"이라고 했다.
엘리나 발토넨 핀란드 외무장관도 "유럽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유럽을 빼고 누구도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헝가리 회담 개최 결정을 비판했다.
반면 다수 국가는 회담 개최 자체를 막아서기보다는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반론을 냈다.
군터 크리히바움 독일 유럽담당장관은 우크라이나 배제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했고, 다비드 판벨 네덜란드 외무장관도 "중요한 것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나아가 "부다페스트는 단지 회의장일 뿐이며, 이것은 헝가리나 다른 유럽 국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중립을 취했다. 장노엘 바로 외무장관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화는 유용하다"면서도 "푸틴이 EU 영토에 오는 것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 휴전이 가능할 때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