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기 놓쳤다" 평가
1심 무죄 판결로 족쇄 벗어
AI·스테이블코인 등 본격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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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21일 카카오그룹 구성원들은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주가 조작 기업이라는 불명예,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문제, 리더십 부재 등 오너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린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향후 인공지능(AI), 스테이블코인 등 카카오의 신사업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1심 선고 이후 카카오 내부에선 "최악은 피했다"는 안도감이 감지됐다. 앞서 검찰이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 5억 원을 구형하면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 자본이 은행 대주주에 오른 첫 사례인 만큼 대주주 요건도 엄격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 등을 어겨 벌금형 이상 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적격성 문제가 생기면 금융당국은 카카오에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뺀 나머지 지분을 처분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김 창업자는 물론 법인에도 무죄를 선고하며 카카오는 이 같은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9월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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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을 계기로 카카오의 신사업 드라이브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쟁사인 네이버는 3월 이해진 창업자가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이후 AI 경쟁력 강화에 '올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품는 '빅딜'을 추진하며 스테이블코인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2023년 초부터 3년 가까이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 재판을 받으며 투자 유치나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경영 의사 결정이 멈췄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카오가 AI 대전환기를 놓쳤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앞으로 김 창업자와 카카오가 중장기 방향성을 재정립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당장 카카오는 AI, 스테이블코인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역량을 끌어모을 방침이다. 카카오는 10월 말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사용할 수 있는 '챗GPT 포(for) 카카오'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김 창업자는 건강 문제로 당장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3월 암 치료를 위해 카카오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CA협의체 공동 의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김 창업자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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