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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시위와 파업

    남일로만 볼 수 없는 'Z세대 시위' 바람[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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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라바트=AP/뉴시스] 9일(현지 시간) 모로코 라바트에서 청년 주도 시위 참가자들이 부패 척결과 교육·보건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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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코 정부는 19일(현지시간) 의료와 교육에 쓸 예산을 18%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두 분야에서 일자리 2만7000개도 만들 계획이다. 또 35세 미만이 국회의원 선거 출마할 경우 선거 비용의 75%를 지원하고,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은 출마를 막는 개혁 조치도 마련했다.

    이런 정책을 급히 마련한 건 젊은층 주도의 시위가 모로코에서도 거세졌기 때문이다.

    2030년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월드컵을 개최하는 북부 아프리카의 모로코는 관련 시설에 예산을 쓰려고 했는데, 청년들은 사회 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포츠에 돈을 쓴다고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35세 이하 인구가 절반이 넘는 젊은 이 나라에서 청년 실업률은 35%가 넘고 대졸자 실업률만도 20%가량 된다.

    모로코는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 당국이 대응한 경우다. 최근 '젠지(Generation Z·Z세대) 시위'라고 불리는 젊은층 주도의 시위는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곳곳에서 확산되며 정권 교체를 비롯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 통상 1990년대 말에서 2010년 정도에 태어난 이들을 가리키는 젠지는 인터넷이 일상에서 쓰일 때 태어난 세대다. 이번 시위에선 따로 수장 없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류하는 특징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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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만두=AP/뉴시스] 9일(현지 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지와 부패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정부 각 부처가 모여 있는 싱하 더르바르 청사에 불을 지른 후 환호하고 있다.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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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네팔에서는 정부의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를 계기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청년 실업률이 20.8%(2024년 기준)일 만큼 일자리 부족으로 해외에서 일하는 국민이 많고, 이들의 송금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나라에서 가족·친구 간 소통 수단이 통제됐다. 소셜미디어는 권력층 가족이 자신들이 화려한 삶의 모습을 공개해 국민 불만을 키운 곳이기도 하다. 어려운 삶과 기득권 부패에 대해 쌓인 불만이 터져나왔다. 의회, 법원 건물 등이 불에 타는 등 격렬했고 시위 관련해 70명 넘게 사망했다. 시위 이후 총리와 장관들이 물러났다. 네팔은 6개월 내 총선을 새로 치른다.

    경제난 속에 잇따른 물·전기 부족이 시위를 촉발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는 군과 경찰까지 시위대를 지지하며 지난주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국회의원이 최저 임금 10배 수준의 주택수당을 받는다는 소식이 지난 8월 거센 시위를 부른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통령이 중국 방문 일정까지 취소하며 의원 수당 폐지 등 수습에 나섰다. 페루, 파라과이, 동티모르, 필리핀 등에서도 Z세대를 중심으로 한 '변화' 요구 시위가 이어졌다.

    '젠지 시위'는 대체로 젊은 인구가 많고, 정치적 안정감이 상대적으로 낮고, 국가경제도 강하지 않은 국가들에서 많이 발생한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이를 남의 얘기라고만 볼 수 있을까.

    모로코에서 차량공유 앱을 통해 운전을 하는 한 29세는 화려한 도심을 지나가면서 블룸버그 기자에게 "나는 집을 절대 가질 수 없을 거라는 걸 안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빈부격차 확대 등 경제적 불안정, 사회의 불공정성, 기후 위기를 긴 삶에서 겪어야 한다는 점 등은 젠지 시위를 관통하는 우려들이다. 런던 정경대학교의 정치 및 커뮤니케이션 교수인 바트 카마르츠는 CNN에서 "Z세대는 부모 세대에겐 있었던 '기회'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느낀다"고 짚었다.

    올해 초 퓨 리서치가 공개한 36개국 대상 조사(2024년 봄 진행) 결과를 보면 고소득 국가에서 "자녀의 삶이 부모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성인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에선 66%, 미국은 74%가 그렇게 답했다. 기성세대도 Z세대에 공감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36개국 중 33개국에선 자국 경제 시스템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찬성률이 높았는데, 한국도 3분의 2가량이 이같이 답했다. '어떻게' 바꾸냐를 답하긴 매우 어렵지만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히 인구 구조상 줄어들고 있는 젊은층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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