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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마크롱, 국내 문제 사로잡혀 EU 무대서 영향력 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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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디어맨서 훼방꾼으로"…마크롱, 내치 의식해 EU와 엇박자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때 '유럽의 비전 제시자'로 불렸으나 국내 정치의 난맥상에 최근 유럽연합(EU) 무대에서 영향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22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과거 유럽 대륙의 '아이디어맨'이란 명성을 잃고 '최고의 훼방꾼'이란 새로운 '명성'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첫해부터 방위·산업 측면에서 해외 파트너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더 강력한 유럽을 주장해 왔다.

    당시만 해도 그의 호소는 별다른 주의를 끌지 못했으나 EU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위협, 미국과의 동맹 관계 위기 현실에 닥치자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적 자율성' 주장을 적극 수용했다.

    그러나 폴리티코가 익명으로 접촉한 EU 외교관과 관리들은 프랑스 국내 문제 탓에 마크롱 대통령이 EU의 진취적 발전의 동력이 아닌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EU 확대 정책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눈에 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랫동안 EU의 경제·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회원국을 적극 받아들이자는 쪽이었으나 국내 극우 세력이나 농민의 반발 등을 우려해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달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우크라이나의 가입 협상을 가로막는 헝가리의 거부권을 우회하기 위해 가입 후보국의 부문별 협상 개시를 결정할 때 회원국 만장일치가 아닌 가중다수결로 표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자 프랑스는 반대했다.

    유럽의회 내 마크롱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이것이 마크롱 대통령의 기존 입장과는 "완전히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은 폴리티코에 "지금은 적절하지 않은 시기다. 극우 세력이 우리 목덜미를 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농업 강국 우크라이나가 EU에 가입할 경우 프랑스 농민들이 가장 먼저 거리로 나와 시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을 러시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드론 장벽'을 세우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아이디어에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로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마크롱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몇 달간 규제 완화나 이민 통제 강화, 아동 소셜미디어 규제 등 비교적 국내에서 인기 있거나 반발을 덜 불러일으키는 사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도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한 EU 외교관은 "마크롱은 국내 문제에 사로잡혀 있다. 더는 우리가 알던 유럽의 챔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 총리를 다섯 번이나 임명할 정도로 국내 정치가 불안정하면서 결과적으로 EU 내 프랑스의 영향력도 점차 쇠퇴하고 있다.

    한 비(非) 프랑스 출신 EU 외교관은 "1년 반 동안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가 없다면 (EU) 결정에 대한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잦은 내각 교체로 회원국 장관급 회의에서 프랑스의 협상력이 약화했다고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이런 상황에서 임기 말로 접어드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을 위한 대담한 구상을 제시할 가능성은 남았지만 그의 꿈이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게 희미해졌다고 진단했다.

    이미 프랑스 밖의 외교관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가 2027년까지인데도 그를 과거형으로 언급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그는 특별한 존재였다"고 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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