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일각선 APEC 전까지 도발 수위 끌어올릴 것 전망…美 본토 겨냥 가능한 ICBM 시험발사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과 보장성원들을 축하 격려하고 대집단체조 및 예술공연을 함께 관람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13일 방영했다. /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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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약 5개월 반 만에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핵보유국'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의도 등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경주 아시아태평양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깜짝 회동' 제안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8시10분쯤 황해북도 중화군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여러발 발사했다. SRBM은 약 350㎞를 비행한 뒤 동해상이 아닌 함경북도 산악지형에 떨어졌다.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았는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어서 다분히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오는 29~30일쯤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APEC 등 아시아 순방 기간 미북 정상회담 필요성 등을 비공개로 논의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6일 북한 미사일총국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화상감시체계로 참관했다고 7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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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 발사'로 관심을 끌어 미국의 대화 제안에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우리와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없는 대화를 제안할 경우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만났는데 당시에도 방한 전 트위터로 미북 대화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이 이를 수락했고, 대화 제안부터 판문점 만남까진 단 32시간만 걸렸다.
두 정상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담은 합의문을 도출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같은해 9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행 등에 이견을 보이며 '빈손'으로 회담을 마무리했다. 이 때문에 추후 있을지 모르는 대화에선 비핵화 논의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9년 6월3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비무장지대(DMZ)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MDL·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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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PEC 정상회의 개최 일주일 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김정은 집권 초기 한미·한중·미중 양자회담 및 다자회의 등을 전후로 17회 정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황북 중화에서 발사한 전례를 볼 때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SRBM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미중 정상회담 등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의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포석, 비핵화가 불가하다는 점 등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분쟁해결사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관심끌기 차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을 기대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해 9월18일 쐈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기종과 사거리 등을 분석 중이다. 화성포-11다-4.5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의 탄두를 키워 4.5t짜리 고중량으로 개량한 탄도미사일이다. 이스칸데르는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전술 탄도미사일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신호탄으로 APEC 전까지 도발의 수위를 점차 높여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호' 시험발사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추후 있을지 모르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또는 동결 협상에 나서려고 할 수 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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