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결정권 누가 쥘지 양국 막판 조율
김용범·김정관, 재벌 총수 릴레이 면담
‘마스가’와 유사한 한미산업협력안 논의
협상창구 러트닉 미 상무, APEC 참석 예정
한미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무역 합의를 최종 도출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였다. 김용범(가운데)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김정관(오른쪽) 산업통상부 장관과 함께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난 뒤 나서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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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무역협상이 최대 쟁점이던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투자펀드의 현금 투자 비율을 2000억달러로 낮추고, 이를 8년 또는 10년 이상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당초 주장했던 ‘3500억달러 선불 투자’ 요구를 사실상 철회하고, 한국의 외환시장 부담을 고려해 분할 출자안을 수용한 셈이다. 다만 투자처 결정권을 누가 쥘 지를 두고 양국 간 막판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외교·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양측은 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가운데 2000억달러 현금을 분할 출자하고, 나머지 1500억달러는 신용보증·금융지원 형태로 충당하는 절충안을 두고 협의 중이다. 이는 “3500억달러 현금 납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한국 측 논리를 미국이 상당 부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측은 연 250억달러, 한국은 연 150억달러 이하의 현금 투자를 서로 제시하며 분할납부 기간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미 무역협상에서 대미 투자의 현금비율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한국의 외환시장 안정성을 감안해 현실적인 분할 방식을 수용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투자처 결정권으로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미국에 전권을 주지 않고 우리가 투자처 결정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220억달러(9월 말 기준)인 가운데 83%에 달하는 금액을 일시불로 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납 구조’는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반면 투자처 결정권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일 무역협상에서 투자대상 결정권은 미국이 가졌다. 미국은 반도체, 의약품, 조선, 에너지 등 일본이 투자할 산업과 투자 방식을 직접 지정키로 했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는 미국에 투자처 결정을 100%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 협상단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흡족한 산업협력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전해진다. 이를 위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과 협상을 앞두고 재벌 총수들과 비공개적으로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김 장관이 지난 16일 미국 출장직전 재벌 총수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면서 “김 실장도 당초 22일 재벌총수와 면담이 있었으나 급하게 방미하면서 취소했다”고 말했다.
또한 대미무역협상의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동행한다는 점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직전까지 협상은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러트닉 상무 장관을 비롯한 국무부 장관, 재무장관 등이 트럼프 방한에 동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협상이 한미정상회담직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약 APEC 전에 무역과 관련한 최종합의가 도출될 경우 이르면 29일로 예상되는 APEC 계기 한미정상회담의 일환으로 합의 내용을 공식화하는 이벤트가 열리거나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사실관계 설명자료·fact sheet)가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이미 8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때 의견접근을 본 한국의 국방비 증액 및 동맹 현대화 방안,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 등 안보 및 경제 관련 다른 합의 사항들도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러나 무역협상 타결이 미뤄질 경우 다른 합의 사항들의 발표도 함께 미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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