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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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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다시 미국 조선업을 위대하게)'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미국 법인 설립, 현지 상선 건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진출 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의 상선 건조 등 여러 조선소와 미국 사업을 추진할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개최한 올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삼성중공업은 국내 주요 조선 3사 중 미국 투자에 가장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지만 지난 8월 '비건 마린그룹'과의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미국 현지 조선소 지분 매입부터 직접 건립까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스가의 방향이 세부적으로 정해지면 미국 내 조선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생산능력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엔 50억달러 추가 투자를 발표하며 현재 연간 1~1.5척 수준의 건조 능력을 향후 20척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는 이번 APEC 회의 이후 마스가의 총 1500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식, 투자 대상, 수익 배분 구조 등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선 큰 틀에서의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지난 16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백악관에서 마스가 등 한미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조선업계 주요 인사들이 APEC 행사에 참석하는 만큼 국내 조선사들이 개별 협력 기회를 타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27일 열리는 HD현대 '퓨처 테크 포럼'에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방산·기술기업 안두릴 등이 참여한다.
다만 실제 미국 진출을 위한 투자 실행에는 규제 완화 등 미국 의회의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미국 외 지역에서 선박을 다 지을 수 있다면 한국에서 상당 부분을 지을 수 있지만 건조 비율 제한이 있을 경우에는 반선 건조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불가능할 경우 기자재를 공급해서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
현행 미국 법상 자국 내 항구 간 화물을 운송하는 모든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적을 보유한 선박이어야 한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은 이 같은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다. 사실상 외국산 선박의 미국 내 운항을 불허하는 셈이다. 1960년대 제정된 '반스-톨레프슨법'은 미국 해군 함정 등 군용 선박의 건조에 외국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어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의 상선은 물론 군함 건조에도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초부터 미국 의회에서 일부 법 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 실질적 성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미 간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도 중요한 변수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산 함정이 '동맹국 생산품'으로 인정돼 미국 정부의 조달사업 참여가 수월해진다. 업계에선 미 군함 시장 진입의 핵심적인 열쇠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도 자체적으로 선박 생산을 늘리는 건 불가능하고 우리가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걸 알고 있다"며 "주요 조선사들 모두 수익이 보장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미국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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