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9257건 집계됐지만
시스템이 잡아낸 거래는 1561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건수가 총 9257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은행별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 잡아낸 이상거래는 1561건에 그쳤다. 탐지 비율이 16.86%에 불과한 셈이다. FDS가 '이상한 거래'를 탐지할 경우 국민의 재산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만큼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토스·케이뱅크)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총 1만4339건이었다. 그해 이들 은행은 2103건의 이상거래를 탐지해 피해를 막았다. 탐지 비율은 14.66%였다.
이후 탐지비율은 2024년 15.33%, 올해 상반기 16.86%로 소폭 상승세이지만 은행별로 보면 비율이 오히려 떨어진 곳이 절반(4곳)에 이른다. 특히 피해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비자보호 대응 역량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평가다. 범죄 수법은 고도화되는데 은행권의 이상거래탐지 기준과 시스템이 정체되면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4.16%)과 신한은행(8.81%)은 8개 은행 평균(16.8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탐지 실적을 나타냈다. 인터넷은행 중에서는 카카오뱅크(11.74%)와 토스뱅크(12.03%)가 평균 미달로 집계됐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탐지비율은 2023년 각각 17.02%, 18.73%로, 같은 해 평균을 웃돌았으나 2년 만에 비율이 떨어졌다. 가장 탐지율이 높은 곳은 하나은행(39.15%)이었고 농협은행(27.36%), 국민은행(26.79%), 케이뱅크(24.90%)가 뒤를 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FDS 시스템은 새로운 범죄 수법이나 피해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업데이트해야 하는 만큼 은행마다 다르겠지만 많을 경우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면서 "꾸준히 탐지를 못한 은행의 경우 FDS의 전면 쇄신이, 탐지비율이 떨어지는 은행들은 업데이트가 각각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현정 의원은 "보이스피싱이 날로 고도화하는 상황임에도 금융당국이 은행의 FDS를 자율에 맡기면서 은행별로 탐지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금융당국은 최소한의 FDS 가동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해 은행 거래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