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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스테이블코인 장밋빛 전망, 현실과 간극"…한은이 본 위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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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

    머니투데이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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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가 스테이블코인이 혁신을 위한 골든키(golden key)인 것처럼 장밋빛 전망만 제시하지만, 현실과는 간극이 있다. 혁신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려면 제도적 안전판이 필요하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한국 경제에 미칠 리스크 요인 7가지를 꼽았다.

    한은은 "지금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 않으면 통화 주권을 잃는다는 주장은 과도한 마케팅"이라며 "한국처럼 외환 규제가 엄격하고 은행 중심 금융구조를 가진 나라는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제시한 주요 리스크는 △가치 연동이 깨지는 '디페깅(Depegging)' △디지털 뱅크런 △소비자 보호 공백 △금산분리 원칙 훼손 △외환·자본규제 우회 △통화정책 약화 △금융중개기능 위축 등이다.


    1대1 가치 연동 깨질 우려…코인런 리스크

    가장 먼저 지목된 리스크는 디페깅 우려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와 1대1 가치 연동을 목표로 하지만, 항상 그 가치가 유지되진 않는다. 실제로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와 USDC(써클)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초 USDC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한때 0.88달러까지 급락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은 준비자산 구성과 발행사 신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준비자산이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구성돼도, 발행사나 운용구조에 따라 가격 변동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유통 규모가 작고 거래 기반이 약한 비(非)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디페깅 위험이 더 크다.

    디지털 뱅크런(코인런) 리스크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을 100% 안전자산으로 구성하더라도 '코인런'(대규모 환매)이 일어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신뢰가 무너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 가치가 흔들려 이용자들의 환매 수요가 몰리면 그 충격이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예금자보호 못 받아…금산분리 원칙 훼손

    소비자 보호 공백도 문제다.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1대1로 교환된다는 보장이 없다.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행사가 상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한은은 금산분리 원칙 훼손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IT기업 등 비은행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화폐 발행과 결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이는 사실상 '내로우뱅킹'을 허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은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지배력이 강하다. 이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전자상거래, 결제, 금융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은은 우려했다.


    자금세탁에 악용…통화정책·금융중개기능 약화

    외환·자본 규제 우회와 자본유출 위험도 있다. 예컨대 국내 투자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익명 거래가 가능한 개인 지갑으로 옮긴 뒤 이를 달러 스테이블코인 등 다른 자산으로 전환해 해외로 이전한다면 이 과정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런 규제 우회는 자금세탁과 불법 자금 은닉 등의 가능성이 있다. 실제 글로벌 블록체인 거래분석 서비스 업체인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가상자산 불법거래의 63%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제약이 된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할 권한이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단기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 리스크는 은행의 금융 중개기능 약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날수록 은행의 소매예금이 이탈하고 은행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될 여지가 있다. 은행의 안정적인 소매예금 기반이 흔들리면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리스크 관리하려면 은행권이 발행해야

    한은은 이런 리스크들을 고려할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은 이미 자본·외환·자금세탁방지(AML) 규제를 충족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 능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준홍 한은 결제정책팀장은 "은행권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해 발행이 추진된다면 앞서 언급된 문제 상당 부분이 현행 규제 체계에서 관리될 수 있다"며 "은행 중심의 발행 방식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제도가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T기업 등 비은행기업은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해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와 준비자산 운용 등을 결정하는 통화·외환·금융당국 공동의 정책협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예금토큰 상용화와 병행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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