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5차 고위급 무역회담 ‘기본틀’ 마련
中, 희토류 통제 1년 유예·美, 100% 관세 철회
대두·펜타닐·틱톡 등 실질적 프레임워크 도달
中발표에 희토류 빠져...“민간 풀되 군수용 유지” 전망도
트럼프-시진핑 30일 부산 정상회담서 최종 결정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둘은 오는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 무역담판을 지을 예정이다.[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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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미국은 관세를 한 발씩 양보하면서 무역전쟁의 ‘확전’을 자제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잡았다. 양측이 펜타닐과 대두 구매 등 무역전쟁의 파열음을 내는 개별 항목에서 큰 틀의 합의에 이른 만큼, 오는 30일 부산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 담판의 장이 될 전망이다.
테이블은 마련됐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 대표단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필두로 한 중국 대표단은 지난 25일부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개략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고위급 인사들이 27일까지 조율한 의제들은 각 국의 승인 단계를 거쳐, 오는 30일 양국 정상회담 테이블에 정식으로 오르게 된다.
美 “매우 성공적인 프레임 마련”…中 “긴장된 토론, 양국 승인 남았다”
양측 대표단이 개괄적으로 전한 협의안을 보면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 시행을 1년간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미국의 대(對)중국 100% 관세 부과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양국이 이른바 ‘희토류 통제 대(對)중국 추가 관세’라는 무역 전쟁의 핵심 무기들을 일단 보류하기로 합의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결집에 필요한 대두 수출 등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중국의 양보를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에서 유입된다고 보는 합성마약 펜타닐의 원료물질에 대한 관세 등에 대해서도 중국의 양보를 얻어냈다. 틱톡(TikTok)의 미국 사업권 매각안도 세부사항까지 논의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양국이 농산물 구매와 틱톡, 펜타닐, 무역, 희토류를 비롯한 전반적인 양자 관계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며 다가오는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매우 성공적인” 프레임워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미중 양국의 무역 전쟁 ‘휴전’ 연장 여부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치(불공정 여부 조사 후 관세 등 부과)와 중국의 자회사로까지 제재를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 미국에 강하게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은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양국의 논의 의제가 수출 통제부터 무역 전쟁 휴전 연장 문제, 펜타닐, 무역 확대, 미국의 중국 조선업 통제 등으로 다양했다면서 “하루가 넘는 매우 긴장된 토론을 거쳐 양측은 양측의 우려를 적절히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으며, 기본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단계로 각자는 내부 보고와 승인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단, 양측의 전언에는 다소의 온도차가 있다. 베센트 장관은 CBS 등 다수의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 합의)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며 합의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두 정상은 아시아와 중동에서 성공을 거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평화 구상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순방에서 얻어낸 합의를 바탕으로 외교 역량을 발휘, 러·우전쟁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 리스트에 넣겠다는 포석이 엿보인다.
반면 리 부부장은 “미국 측은 강경한 태도로 입장을 표명했으며, 중국 측은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확고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말했다. 회담 과정이 치열했음을 숨기지 않고 전달한 것이다. 또한 중국은 브리핑에서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디.
中발표에 희토류 언급 없어…“희토류, 수출통제 유예 절반 그칠수도”
미중간 온도차를 두고 중국이 미국에 양보한 카드인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는 ‘절반’에 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유력 경제학자인 셰궈충은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에서 “미중 정상회담의 방향과 관계없이 중국이 최근 밝힌 희토류 수출 규제를 철회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미국이 기존의 강경한 정책을 철회한다면 중국은 민간 산업에 대한 희토류 공급 확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주시해야할 대목은 ‘민간 산업에 대한’ 공급이다. 셰궈충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 합의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은 민간 분야와는 달리 대미 군수용 희토류 수출통제는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은 첨단 무기 분야에 필요한 희토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과 경제 전쟁의 불을 다시 지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호주, 일본 등과의 협력을 통해 대체 공급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희토류 생산 뿐 아니라 정제에서도 중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2029년 1월까지인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희토류 공급망을 완전하게 구축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중국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저우미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5차 고위급 무역회담에 대해 “중미 경제·무역 협상에서 현재의 성과가 어렵게 얻어진 것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무역합의가 현상유지에 그치더라도 자신의 ‘승리’로 포장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 치의 양보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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