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검사를 받는 환자.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보성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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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3년 1월 서울 강남의 한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당시 A씨는 고가의 치료비가 걱정됐으나, 병원장은 A씨에게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니 부담이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고 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병원장은 “100% (소송) 가면 이긴다”고 했다. A씨는 이 말을 믿고 수술을 받았고 1200만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험금을 60만원만 지급했다.
해당 병원은 2022년 백내장 보험금 소송에서 환자가 최종 패소한 판례에 등장하는 안과였다. 병원장은 자신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보험사와 보험금 소송에서 이미 패소했는데, 다른 환자에게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수술을 권유한 것이다. 더구나 이 판례는 보험사들이 백내장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한다는 핵심 근거로 활용돼 왔다. A씨는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알고 병원에 따져 물었으나 병원 측은 판례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혼자서 보험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이 환자에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고가의 치료를 권유하고 보험사는 과잉 진료라며 보험금을 주지 않으면서 중간에 낀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사례는 도수치료부터 놀이치료, 백내장 수술에서 최근 무릎주사까지 반복되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로 인해 지급한 보험금이 2020년 6480억원에서 이듬해 1조1528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했다. 실손보험은 통원 치료를 받으면 25만원 안팎을 보상하는데, 입원 치료는 최대 5000만원을 보상한다. 보험사들이 백내장 수술은 수술 직후 특별한 합병증·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입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수술이라고 주장하며 입원·통원 치료비만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험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대법원이 2022년 6월 관련 사건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논란이 됐다. 서울고등법원은 보험사가 환자를 상대로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보험사 승소 판결을 내렸는데, 대법원이 별도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심리불속행 기각)한 것이다. 보험사는 이 판례를 근거로 백내장 보험금을 일부만 지급해 왔다.
반면 A씨 사례처럼 일부 병원은 여전히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수술을 권유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주요 쟁점에 대한 심리 없이 내려진 결과라 구속력을 가지는 대법원 판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 대법원이 유사 사건에 대해 보험사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하급심 판결도 보험사 승소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백내장실손보험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백내장 민원 전건 분쟁조정위원회 회부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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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을 받을 줄 알고 고가의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치료비를 부담하고 소송 비용까지 지출하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환자들은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치료비가 비싸도 실력이 좋다는 병원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고 싶어 한다. 병원에서 실손보험금을 받으면 부담이 적다며 고가의 치료를 권유하면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다.
A씨는 “백내장 수술을 받다 정말 눈이 실명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강남 안과가 믿을 만하다는 근거 없는 인식이 있었다”며 “병원장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여기서 수술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병원이 실손보험의 허점을 노려 보험금 장사를 하고, 보험사는 보험금 누출을 막기 위해 지급 심사를 강화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도수치료는 여전히 주요 분쟁 중 하나고, 코로나19 시절부터 시작된 발달치료 보험금 분쟁도 끝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할 정도로 골수 무릎주사 보험금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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