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엔 北이 집착… 6년간 형세 반전
金, 핵보유 인정 욕망… WP “양보 금물”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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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간)부터 이틀간 한국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려 ‘제재 완화’라는 비장의 카드까지 꺼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비핵화 협상으로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방향 바뀐 구애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아시아를 순방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를 떠나 일본으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김 위원장에게 미국이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지 취재진이 묻자 “우리에게는 제재가 있다. 이는 (논의를) 시작하기에는 꽤 큰 사안이다. 아마 이보다 더 큰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재집권한 뒤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대북 제재를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교역을 막아 북한의 핵무기 개발뿐 아니라 경제 발전까지 차단하는 대북 제재를 걷어내는 것은 1기 트럼프 행정부까지 북한의 핵심 외교 목표였다. 하지만 현재는 대북 비핵화 유도 카드로 쓰기엔 제재 카드의 효용이 약해졌다는 게 미국 싱크탱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로이 스탠거론 미국 카네기멜런대 전략기술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일보에 “북한의 두 핵심 경제·안보 파트너인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제재를 무력화해 트럼프의 영향력을 줄였다”라고 말했다.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상임고문도 본보에 “제재 완화가 한 번 정도는 김정은을 만날 수 있게 해 주겠지만 그를 비핵화 대화나 조치로 유인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임스 박 퀸시연구소 동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원은 “미러, 미중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될 경우 김정은의 계산법이 복잡해질 수 있는데 지정학적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보에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며 식량과 에너지를 보상으로 받았고 군사 기술도 확보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지난해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 위반 감시 기구인 전문가 패널을 없애 줘, 북한의 가상화폐 탈취도 수월해졌다. 대러 밀착을 지렛대로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했다. 미국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매력적인
9월 3일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중국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제공한 사진이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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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제재 카드가 동기 부여에 아예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박 연구원은 “적극적인 대화 시그널 자체는 북한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탠거론 연구원은 “제재 완화를 통한 무역 합법화가 제재 회피 비용을 줄여 주는 만큼 북한에 이익”이라고 말했다.
최대 변수는 김 위원장의 인정 욕망이다. 제재 완화는 북한에 핵보유국 승인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로 인식될 공산이 크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고위 국방 당국자는 22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대기권 재진입 등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이 있는 만큼 북한의 추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불가피하다”며 “눈에 띄는 진전이 있다면 북한군 파병 대가로 러시아가 기술을 제공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전술 핵탄두 개발을 위해 7차 핵실험 때 이전 6차례 핵실험보다 작고 위력이 약한 핵무기를 시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애물은 아직 강고한 미국 내 반대다. “북한이 일종의 핵보유국(뉴클리어 파워)”이라거나 “대북 제재도 논의 가능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7일 로이터통신에 미국 대북 정책의 목표는 여전히 비핵화라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사설에서 “오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일본과 한국에서 자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며 “두 동맹국은 이미 미국이 신뢰 가능한 안보 파트너가 아닐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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