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정부 첫 참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전역 사이렌, 묵념속 추모물결

    유가족·정부·시민 2000여명 참석

    대통령 “다시는 국가방임 없도록”

    외인유족 낭독·문소리 추모 발언

    헤럴드경제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마련된 추모 게시판에 시민들이 남겨둔 메모가 붙어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위이이잉―’.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전역에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1분쯤 사이렌소리가 서울 도심 한복판을 메우자 시간이 멈춘 듯 적막이 감돌았다. 차갑고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 속에 시민들은 제자리에서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두 손바닥을 마주 대고 기도하는 이들,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보였다.

    추모 사이렌을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에서는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서울시가 민관공동으로 열었다. 정부가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함께 공식 추모행사를 진행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행사의 슬로건은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다. 정부는 이번 3주기 기억식이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를 진정으로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로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일정으로 기억식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영상 추모사를 보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참사 유가족과 국민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다시는 국가의 방임과 부재로 인해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억식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국내외 유가족 300여명과 지난 24일 입국한 12개국의 외국인 참사 희생자 유가족 4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주말부터 참사 현장을 찾아 헌화와 묵념을 한 뒤 유가족 간담회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방문, 합동 기자회견 등 다양한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대표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처음 참석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당·종교단체 대표도 함께했다. 이외에도 다른 재난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 일반 국민 등 약 2000명이 자리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3주기 기억식은 정부와 유가족이 함께 마음을 모아 준비한 정부의 첫 공식 추모식”이라며 “정부는 이태원에서 고귀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유가족이 겪은 아픔을 함께 보듬겠다”고 했다.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3년간 우리는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는데 오늘 정부가 함께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을 펼쳐달라. 그것이 159분의 희생자에 대한 진정한 추모”라고 당부했다.

    이어 우원식 의장과 송기춘 10.29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장, 배우 문소리 씨가 차례로 추모 발언을 했다.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대표인 노르웨이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씨의 어머니 수잔나 에벤센씨도 추모 메시지를 준비했다.

    추모영상은 참사 발생 이후 지난 3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진정한 애도와 진상규명을 다짐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유가족들이 참사의 원인 규명 활동을 펼치며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주요 순간들이 담겼다.

    시민과 뮤지컬 배우들이 함께하는 추모 무대도 열렸다. 박소란 시인이 직접 추모시를 낭송하고 가수 안예은이 노래 ‘상사화’와 ‘만개화’를 부르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희생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찬란히 빛나는 나의 별’ 뮤지컬 공연이 펼쳐졌다.

    마지막에는 시민대책회의 대표 5인이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며 진상규명 의지를 다졌다.

    이날 기억식에는 일반 시민들도 참여했다. 김은영(45) 씨는 “지난 주말 시청 앞에서 열린 추모행사에도 참여했다”며 “젊은분들이 길거리에서 졸지에 재난을 당하고 아무도 지켜주지 못해 참담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한병학(50) 씨는 “남일 같지 않고 안타깝다. 3년 전 참사 소식을 듣고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며 “유가족들과 함께 이 참사의 아픔을 기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효정 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