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참사 3년만에 곁에 섰다"…시민 850여명 모여
공식초청 외국인 유가족도 함께…"성역 없는 조사로 진상 규명"
고 스티네 로아크밤 에벤센 씨의 부모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딸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 ⓒ News1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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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한밤중에 딸 스티네가 우리를 영원히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충격 속에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이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노르웨이 국적의 에벤센 부부)
2025년 10월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전역에 1분 동안 추모 사이렌이 울렸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미가 사이렌에 담겼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서울시, 행정안전부가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 3주기 기억식을 개최했다. 이번 기억식은 이태원 참사 이후 3년 만인 29일 정부가 처음으로 유가족과 함께 여는 공식 추모행사다.
기억식에는 주최 측 추산 85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공식 초청으로 방한 중인 외국인 유가족 46명을 포함해 국내외 유가족 300여명이 기억식에 자리했다.
기억식에 참석한 이들은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3년 전 참사에 대한 추모를 이어갔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재킷에 보라색 목도리 등을 두르고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묵념으로 시작해 이재명 대통령의 추모사가 나오는 동안에도 유가족은 연신 오열하고 눈물을 닦았다.
외국인 유가족은 참사 이후 한국 정부로부터 참사의 원인과 진상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었으며, 한국의 유가족과 연대하며 서로를 위로했다고 털어놨다.
참사로 딸을 잃은 노르웨이 국적의 수잔나 에벤센 씨와 에릭 에벤센 씨는 눈물을 흘리며 3년 전 참사 전후를 회상했다. 에벤센 부부는 "스티네는 한국에서 화물 번호와 함께 돌아왔는데, 화물번호로 찍힌 채 하나의 소포로 돌아온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혹했다"고 했다.
에벤센 부부는 "딸 스티네가 집으로 돌아온 뒤 한국으로부터 긴 침묵이 이어졌다"며 "오스트리아에 살았던 (또 다른 희생자) 김인홍 씨의 누나 마리 씨를 통해 저희는 1주기 추모식 이야기를 듣고, 2023년 10월 다시 한국을 찾아 한국의 부모님들이 1년 내내 싸워오셨단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에벤센 부부는 "그들은 저희를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같은 슬픔 속에서도 우리를 위로하고 돌보려 애썼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직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새 정부와 진행 중인 조사 속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스티네와 그녀의 친구들, 그리고 세상을 넘어 우리를 이어주는 사랑을 믿고 있다"고 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추모사 영상이 나오고 있다. ⓒ News1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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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112 신고가 쏟아졌음에도 왜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는지, 왜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국가의 답을 촉구했다.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참사 3년 만에 정부가 유가족과 시민들 곁에 섰다"며 "하지만 이것은 출발점이고, 오늘의 약속은 내일의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을 펼쳐달라"고 당부했다.
송기춘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시간이 3년이나 흘렀어도 우리에게 탈상(脫喪)은 아직 멀리 있다"며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며,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시정하여 대한민국 안전에 관한 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시민대책회의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특조위가 충분한 시간과 권한을 가지고 성역 없이 조사하여 참사의 진상을 온전히 밝혀낼 때까지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며 "참사의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생존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억식엔 가수 안예은의 추모 공연과, 3주기 추모 시 낭독, 배우 문소리의 추모사, 뮤지컬 공연 등이 이어졌다.
기억식에 참석한 김지원 씨(20·여)는 "작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와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서로 연대하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억식에 왔다"며 "사람이 모여들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발생한 사고라 생각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나라가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규환 씨(61·남)는 "유가족들이 만족할 때까지, 원하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가 처음 함께한 공식 추모 행사라 감사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사를 잊고 계신 것 같아 시민으로서 미안함을 느꼈다"고 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 News1 김성진 기자 |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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