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대학생들이 모인 독서동아리 ‘빛물결’이 2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법학관에서 ‘별과 기억, 우리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유가족 간담회를 열고 있다. 우혜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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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대학생들이 만났다. 이들은 3주기의 밤을 함께 보내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서울지역 대학생 독서동아리 ‘빛물결’은 29일 오후 7시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법학관에서 ‘별과 기억, 우리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유가족 간담회를 열었다. 중간고사 시험 기간인데도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기록을 담은 책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를 읽고 이 자리에 모였다.
간담회엔 희생자 어머니 5명이 왔다. 유가족들이 들어서자 학생들은 “어머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박수를 쳤다. 희생자 김인홍씨의 어머니 김복순씨(62)는 “젊은 청년들을 보니 내 아들 같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학생들은 참사 당일 유가족이 겪은 이야기를 경청했다. 평범한 저녁을 보내다가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입이 바싹바싹 마르도록” 경찰에 수소문해 가족의 행방을 찾았던 3년 전 그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가족을 항상 밝게 해주던 요정 같은 다빈이”, “우리 현진이를 못 가게 막지 못한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강박으로 3년이 3일같이 지났다” 등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학생들은 눈물을 훔쳤다. 오스트리아 교민인 김씨가 “아들이 한국말로 욕 좀 가르쳐달라고 했다”며 일화를 들려주는 대목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유가족은 “진상 규명과 희생자 처벌이 조금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희생자 최재혁씨의 어머니 김현숙씨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역축제 안전관리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며 “(책임자 처벌이) 그 사람들 선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도 “여러분들이 진상 규명에 힘을 보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희생자 최다빈씨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떠났을 때 가장 힘이 된 것은 옆에서 손잡아주신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라며 “연대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먹고살기 바빠 정치를 잘 몰랐던 제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정치,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라며 “참사는 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젊은 여러분께서 미래에 더 나은 리더가 돼 사회를 바꿔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유가족과 만남이 참사를 잊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김수형씨는 “참사 당시 왜 국가가 젊은이들을 구하지 않았는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가 끝까지 기억하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도 “아들, 딸 같은 여러분 눈빛만 봐도 위로가 된다”고 했다.
☞ [점선면] ?여전히 기억합니다
https://www.khan.co.kr/newsletter/cube/article/202510290701121
☞ [이태원 참사 3주기]추모 시민들 마음의 무게를 기록하다···디지털 아카이빙 참여한 시민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291109001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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