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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23년째 수감 ‘팔레스타인 만델라’…이스라엘이 그를 석방 않는 이유[시스루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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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

    경향신문

    마르완 바르구티가 2002년 8월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수갑이 채워진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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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 휴전 협상 주요 국면마다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23년째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66)다. 지난 10월10일 발효된 휴전 1단계 합의를 앞두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바르구티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의 반대로 무산된 데 이어 휴전 2단계 진전을 목전에 둔 지금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서 석방 요구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와 올가 토카르추크, 부커상 수상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와 아룬다티 로이, 드라마 <셜록>의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 역할을 맡았던 배우 마크 러펄로 등 전 세계 유명 문화계 인사 200여명이 바르구티의 석방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수감 중에도 5개 정파 통합 이뤄
    여론조사 1위…PA ‘차기 수장’
    이스라엘, 국가 수립 추진 우려
    최근 집단 폭행 등 학대 증언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 민중 봉기인 ‘2차 인티파다’(2000~2005)에 관여한 혐의로 2002년 이스라엘군에 체포, 2004년 5건의 종신형과 징역 40년형을 선고받았다. 국제의회연맹(IPU)은 당시 바르구티의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안지구 출신의 바르구티는 인기가 없는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장의 잠재적 후계자로 여겨진다. 바르구티는 팔레스타인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바르구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를 철폐하고 사회 통합을 가져온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에 비견되며 ‘팔레스타인의 만델라’로 불린다. 그는 오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희생의 아이콘’, 부패와 무능으로 비판받는 PA 지도부에 염증을 느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개혁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또 분열된 팔레스타인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바르구티는 2006년 감옥에서 파타, 하마스, 이슬람성전 등 팔레스타인 5개 정파 인사들이 참여한 ‘수감자 문서’를 주도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방향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며 정치력을 드러냈다. 이는 하마스와 파타 등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방향에 합의한 최초의 사례였다.

    바르구티의 인기 요인은 역설적으로 그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바르구티가 팔레스타인의 강력한 차기 지도자로 호명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그를 석방할 경우 분열된 팔레스타인이 통합돼 독립국가 수립 움직임이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바르구티의 아들 아랍 바르구티는 알자지라에 “아버지는 자신이 팔레스타인 국민과 정치 세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보증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바로 그 점이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바르구티가 심한 학대에 시달려 목숨이 위태롭다는 우려도 석방 운동의 추진력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아랍은 바르구티가 교도원에게 집단 폭행당해 며칠 동안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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