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문제' '엔비디아 블랙웰' 거론 안 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미중정상회담 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부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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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던 미중 무역전쟁이 6년 4개월 만에 만난 양국 정상의 '세기의 담판'으로 일단락됐다. 미국산 대두 수입, 희토류 관련 수출 통제, 대(對)중국 펜타닐 관세 등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현안에 한 발씩 양보하면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일단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심 쟁점에 대한 근본적 합의를 이룬 것이 아니라 유보하는 데 그쳐, 갈등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후 미국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중국과) 거의 모든 것에 합의했다"면서 내년 4월 방중 계획도 밝혔다. 중국도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발표를 통해 "양국은 무역·경제, 에너지, 문화교류 증진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두 정상은 정기적 교류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중 '극적인 화해?' ... "일시적 휴전일 수도"
양국이 표면적으로는 극적인 화해를 이뤘지만 무역 전쟁은 일시적 휴전에 그칠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패권국 미국과 패권을 쟁취하려는 중국은 무역뿐 아니라 기술 패권과 공급망 재편, 국방, 안보, 소프트파워 등 전 분야에 걸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무역 분쟁은 적어도 당분간 중단될 전망"이라면서도 "이번 회담 결과는 양국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경로를 바꿀 만한 지속가능한 합의라기보다 적대 행위의 일시적 중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 등 중국이 보인 양보는 일종의 전술일 뿐 미중 무역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참여했던 대니얼 배허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보좌관은 협상에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무역 휴전 기간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추진하고, 미국은 대체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양국은 휴전을 다음 무역 전쟁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불안전한 화해'로 시간 벌기"
향후 패권국의 지위를 노리는 시 주석이 이 같은 '불완전한 화해'를 통해 시간을 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당장 승리하는 것보다 미중 관계를 관리하면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버는 '전략적 교착 상태'를 노린다는 의미다. 특히 지속적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과 높은 실업률, 내수 경기 부진 등 경제난에 봉착한 시 주석으로서는, 미국의 압력을 잠재우고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일컫는 '대만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만큼,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중 갈등을 재점화할 불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중 무역 갈등의 핵심 쟁점인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블랙웰'과 관련한 논의도 없었다. 중국과 첨단 기술 패권을 다투는 미국은 그동안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등 첨단 기술 수출을 통제해온 만큼, 향후 이를 둘러싼 미중 간 알력 다툼이 재개될 여지도 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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