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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트럼프·시진핑 모두 소기의 성과…협상과 긴장은 계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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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 미·중 정상회담, 경제무역 현안들 합의 일궈

    희토류·대두 해결한 트럼프 “10점 만점에 12점” 만족

    중국도 경기 침체 속 고율 관세 ‘폭탄’ 당분간 피해

    경제·지정학 분쟁 여전해…내년 정상 교류서 논할 듯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한국에서 6년여만에 다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내내 지속된 경제무역 갈등을 일단락했다.

    미국은 대중 관세를 10%포인트 낮추는 대신 가장 예민한 문제였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했으며 미국산 농산물 수출 재개라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더 양보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과 관세 전쟁을 일시 중단하면서 불확실성을 지웠단 평가다.

    양국 주석이 내년 방중과 방미를 언급한 가운데 양측에 쌓인 현안이 산적한 만큼 앞으로도 첨예한 협상과 긴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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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관세 내리고, 중국은 수출입 통제 풀었다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접견실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은 당초 3~4시간 걸릴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약 100분만에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귀국을 앞두고 진행된 회담이라 시간과 장소가 여의찮던 탓도 있으나 주요 의제는 그간 미·중 경제무역 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 합의했기에 비교적 빠른 시간에 회담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된 미·중 경제무역 회담에선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려던 일명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안을 유예하기로 하고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상회담 결과도 비슷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후 진행한 약식 기자회견에 따르면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 유예하며 매년 유예를 연장키로 했다. 중국은 지난달 미국과 통상 갈등이 다시 심화하자 희토류 수출 통제를 전방위로 확대했는데 이를 유예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중 관세 전쟁 이후 중단했던 대두 같은 미국산 농산물도 다시 구매하기로 했다. 이미 회담에 앞서 중국 국영기업이 미국산 대두 18만t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중국이 미국산 대두 엄청난 양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 펜타닐 관세는 1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대중 관세는 45%로 낮아지게 된다.

    미국은 중국과 관세 전쟁이 터지자 대중 관세를 145%(상호 관세 125%+펜타닐 관세 20%)까지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대미 관세를 125%까지 늘렸다.

    이후 양국 경제무역 회담을 통해 115%포인트씩 인하하고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는데 미국이 추가로 10%포인트를 더 낮췄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100%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압박했으나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렇게 되면 대중 관세는 45%, 대미 관세 10%가 된다. 양국은 11월 10월까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합의해 아직 실제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진 않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회담이 끝난 후 말레이시아 경제무역 회담 결과를 소개하면서 ‘일부 관세 배제 조치를 계속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를 감안하면 관세 부과 유예도 연장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블랙리스트 확대 조치(자회사도 포함)와 중국 해운·물류·조선업에 대한 301조(불공정 무역 관련) 조사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중국의 대응 조치도 멈추기로 했다.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오전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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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불확실성 해소 성과…‘대타협’까진 아직 멀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를 보면 미국이 더 많은 이득을 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이 “10점 만점에 12점 만점”이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두 농부들은 이번 수확기 무역 긴장으로 중국 구매자들이 다른 곳으로 (구매지를) 옮기면서 패닉에 빠졌고, 광물 제조를 지배한 중국의 최근 (수출) 제한은 서방 제조업자들에게 타격을 입혔다”면서 대두와 희토류가 시급한 현안이었음을 지목했다.

    미국 입장에선 실제 부과하지도 않은 관세를 낮추고 유예함으로써 수출 통제에 대한 고민을 던 셈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미국의 대중 관세 10%포인트 인하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를 놨던 11월 100% 추가 관세가 사실상 사라지는 등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이 (중국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양측이 지난 4월 높은 관세를 부과했을 때와 같은 사실상의 금수 조치에 빠질 뻔했다”면서 “경제가 침체된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시 주석이 내세운 4대 레드라인(금기) 중 하나인 대만 문제 등 첨예한 갈등 사안이 언급되지 않은 점도 중국측엔 나쁘지 않은 결과다.

    미·중 정상은 서로의 국가를 방문하기로 이야기하면서 회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후 시 주석이 플로리다주 팜비치나 워싱턴DC로 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초청하기를 기대한다”면서 미국 방문 의사를 나타냈다.

    물론 양국의 안정적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미·중의 상대방에 대한 고율 관세는 근본적 해결을 찾지 못하고 있고 첨단기술 수출 제한이나 기업 제재 같은 갈등도 여전하다. 대만이나 남중국해 분쟁은 양측에 남아있는 ‘불씨’와도 같다.

    로이터통신은 “양국이 경제적, 지정학적 경쟁 분야에서 점점 더 강경한 태도여서 무역 긴장 완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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