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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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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한→중' 실적 채운 트럼프…"10점 만점에 1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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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시작 총 7개국과 무역 합의…
    시진핑과 정상회담이 순방 하이라이트,
    미중 무역 분쟁 1년 휴전…"냉전 시작"

    머니투데이

    (부산 AFP=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옆 김해 공군기지에서 회담한 뒤 함께 나오고 있다. 2025.10.30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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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점 만점에 12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박 5일간의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스스로에게 준 점수다.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두고 한 발언이나, 사실상 미중 무역 회담을 이번 순방의 최대 미션으로 삼고 집중해온 트럼프였기에 순방 일정 전체에 대한 성적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후한 점수를 준 만큼 이번 아시아 순방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1년이나마 봉합돼 글로벌 공급망에 드리운 긴장감도 소폭 누그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를 대체할 시간을 벌었고 중국은 미국 이외의 무역 파트너를 넓힐 틈을 얻었다. 한국을 비롯한 무역 상대국들에겐 앞으로 1년이 G2(미·중) 간 글로벌 무역전쟁에 적응할 '전환기'다.

    24일 늦은 오후 워싱턴을 떠나 26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개최지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시아 순방을 시작했다.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식을 주재하며 '피스메이커(peace maker)'로서 위상을 과시하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및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과 회담했다. 현지 도착 6시간 만에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4개국과 무역합의를 마치고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는 광물 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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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가와 로이터=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미 해군 기지를 방문해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함상에서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연설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미 항모를 함께 시찰했다. 2025.10.28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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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회의가 없는 일본에서 가장 긴 기간인 2박3일을 머물며 일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7일 나루히토 일왕과 면담하고 28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며 '미일 동맹의 황금시대'를 선언했다. 마리원(미국 대통령의 전용 헬기)에 다카이치 총리와 동승해 요코스카 기지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에 함께 승선하기도 했다. 에너지·AI·광물 등 4000억달러(57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후보도 구체화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이어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지인 한국 경주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달 만에 이재명 대통령을 재회해 한미 무역회담의 최대 난제였던 3500억달러 대미투자 세부 방안을 매듭지었다. 연간 200억달러는 현금,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로 확정짓는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대로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기 위한 핵연료 사용에 동의했다. 반도체 관세는 이번 무역 합의에서 제외됐으나 조지아 공장 근로자 300여명의 구속된 후 주춤했던 한국의 대미 투자가 촉진될 분위기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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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백악관 공식 사진, 다니엘 토록 촬영, 재판매 및 DB금지) Copyright (C)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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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은 말레이시아에서 양국 실무진 간 가닥이 잡힌 대로 충돌 없이 G2가 휴전하는 모양새로 마무리됐다. 미국이 대중 펜타닐 관세를 10%포인트 낮추며 중국산에 대한 관세율을 47%로 낮추는 대신,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을 1년 뒤로 늦췄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이 즉각 재개됐고 트럼프는 내년 4월, 시진핑은 내년 말 상대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 간 6년 만의 회담 이후 워싱턴으로 향하는 길에 트럼프는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좋은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으로 지역 내 분쟁 종결자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과시하고 희토류 대체 공급망을 포섭하는 한편 중국을 포함해 다수의 국가와 무역합의를 매듭짓고 "수십억달러, 수조달러"의 대미 투자를 구체화했다. 한미일 안보 동맹을 공고히 하고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허용, 중국에 대한 안보 견제책을 보강하는 효과도 얻었다. 트럼프는 시 주석을 만나기 불과 몇 시간 전 한국이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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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두 번째)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 있는 군병원에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참전 군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포세이돈 수중 무인기를 핵동력 시설을 이용해 실험했으며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202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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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비핵화는 숙제로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떠나며 "김정은 북한 국가위원장을 만났다면 더 좋았을 텐데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한국에 (김정은을 만나러) 다시 올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대선 때 자신이 아닌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당선 됐다면 "북한과 큰 전쟁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추진 초대형 어뢰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고 밝히자, 33년 만에 미국이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도록 지시했다. 시 주석을 만나기 직전 공개한 메시지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과 중국 간 격렬한 무역 전쟁은 끝났고, 이제 긴 냉전이 시작될 것"이라며 "긴장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평온함은 양측이 장기적인 패권 경쟁에서 경제적, 기술적 입지를 강화할 시간을 벌어주기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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