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협의 없었다... 불법·무효"
미, 유엔총회서 "난민법 남용" 주장
아시아 순방을 끝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메릴랜드주 캠프스프링스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착륙한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캠프스프링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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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난민 수용 상한선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얼마 남지 않은 한도는 대부분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위주로 할당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담긴 문서가 미국 연방 관보에 공개됐다. 이달부터 내년 9월 말까지 난민 수용 상한선을 7,500명으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당시 결정한 직전 회계연도 상한선이 12만5,000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한 해 만에 수용 인원이 94% 줄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문에서 난민 입국 허가를 남아공 백인들 위주로 내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적으로 흑인이 다수인 남아공에서 백인 소수민족인 아프리칸스가 박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해 오고 있지만 남아공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는 남아공 내 인구의 7%를 차지하고 있는 백인이 토지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백인 가구가 흑인 가구 대비 평균 소득이 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법률에 따르면 행정부는 난민 수용 규모를 설정하기 전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번에 난민 관련 어떠한 회의도 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이미 래스킨(메릴랜드·민주) 하원의원 등 민주당 측은 "이 기이한 대통령 결정은 도덕적으로 문제 있을 뿐 아니라 불법이고 무효"라고 지적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시작한 올해 1월부터 모든 난민 입국을 중단했으며, "미국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입증될 경우에만 재개된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후 공식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난민은 남아공 백인 100여 명에 불과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지난달 유엔총회 동안 다른 국가들에도 "난민법이 남용되고 있다"며 난민 프로그램 축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난민 지원 프로그램 감독 권한을 국무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할 계획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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