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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메르츠 “튀르키예 EU 가입 보고싶다” 했지만… 친이스라엘 행보 비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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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 20년 넘게 'EU 가입 후보국' 지위
    독일 '우크라전쟁 중재' 튀르키예와 관계 강화
    에르도안 "가자지구 대량학살 못 봤나" 비난


    한국일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30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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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를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30일(현지시간)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2005년 EU 가입 협상을 시작한 튀르키예는 20년 넘게 ‘후보국’ 지위에 머물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면서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만행을 눈감은 독일의 행보를 면전에서 비판했다.

    독일 일간 벨트와 AP통신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이날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와 독일 정부는 튀르키예를 EU의 긴밀한 파트너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메르츠 총리는 “튀르키예는 아직 EU 가입 후보국으로서 자격을 충족하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자격’은 EU 가입을 위해 충족해야 하는 이른바 ‘코펜하겐 기준’으로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 인권보호, 시장경제 등 정치적, 경제적, 행정적 조건을 일컫는다. 그러나 그는 튀르키예가 구체적으로 어느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럽을 주축으로 한 안보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20년 넘게 EU의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1999년 EU 가입 후보국이 됐고 2005년 공식 가입 협상을 시작했지만 국내 정치 불안정과 그리스의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가 코펜하겐 기준에 따라 평가된다면 앙카라에는 유럽 및 세계와의 관계를 이끄는 앙카라 기준이 있다”며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강조했다.

    ”독일, 가자지구 대량 학살 못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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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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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츠 총리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튀르키예와 관계를 강화할 전략적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튀르키예 인권 상황을 이유로 오랫동안 반대했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수출 제한도 철회했다.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이 공동 개발한 이 전투기는 수출을 영국이 주도하지만 나머지 세 나라도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선 인권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가 드러났다. 메르츠 총리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하마스는 인질을 더 일찍 석방하고 무기를 내려놓았어야 했다. 미국이 중재하고 터키가 지원하는 휴전 협정으로 전쟁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는 “하마스는 폭탄이나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은 이 모든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 무기를 사용해 집단학살을 하는데 독일은 이러한 것들을 보지 못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메르츠 총리도 튀르키예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을 건드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체포된 것을 겨냥한 듯 “튀르키예에서는 유럽의 관점에서 우리가 이해하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결정이 내려졌다”고 우회 비판한 것이다. 이에 벨트는 “튀르키예와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한 메르츠 총리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 듯하다”고 전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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