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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핵잠 확보 길 열렸지만 ‘필라델피아 조선소’ 돌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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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군사안보 측면 접근·美 경제산업 측면 접근

    韓 ‘美로부터 농축우라늄만 확보’ 구상 차질?

    미국내 생산 통해 비확산 제약 등 극복 시각도

    정부 “필리조선소 건조 한미간 추가 논의해야”

    헤럴드경제

    미국 로스엔젤레스급(6900t급) 핵추진잠수함(SSN) 아나폴리스함이 2023년 7월 제주해군기지에 군수적재를 위해 입항한 모습.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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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승인’으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의 길이 열렸지만 미국 내 건조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잠수함 사업에 정통한 소식통은 31일 “한미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양국의 구상에서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은 독자기술로 핵추진잠수함을 만들겠다는 생각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한국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겠다는 것은 역으로 찌른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한국이 보유한 구식의 디젤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한다며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핵추진잠수함과 관련해 한국이 군사안보에 방점을 찍는 것과 달리 미국 내 경제산업에 의미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우수한 조선업체들이 필라델피아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며 “미국 조선업 재건은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소형모듈식원자로(SMR)를 비롯한 핵심기술들을 일정 정도 진척시켜놓은 상태에서 미국으로부터 연료로 쓸 농축우라늄만 공급받아 국내에서 핵추진잠수함을 독자 개발 전력화하려던 한국의 구상과 온도차가 나는 대목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국감에서 “SMR도 많이 진척됐고 프로세스상 육상에서 먼저 시험하고 수중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절차도 어느 정도 완성됐다”며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이미 갖춰놨고 마지막에 연료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설명한 뒤 “우리가 우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겠다”며 “핵추진잠수함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결단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한 바 있다.

    아무리 동맹이라지만 수입이 아닌 국가 전략자산을 외국에서 개발 생산해 들여오는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미국은 전략자산 물자와 기술을 엄격히 관리·규제하고 있는데 미국 내에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통제가 예상된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리조선소에 최소 5000t급 이상이 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하고,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는 등의 문제도 남는다.

    소식통은 “미국은 핵잠수함만 건조하는 시설을 따로 갖고 있는데 소규모인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오랜 시간이 불가피하다”며 “한국의 잠수함 엔지니어도 보내야 할 텐데 인력 확보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폴란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가 현재 진행 중인데 한국의 잠수함 엔지니어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국내외 잠수함 사업 확장에 따른 한국의 대응능력이 충분한가도 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칫 탄력을 받기 시작한 ‘K-잠수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미 간 후속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장관은 종합국감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간 추가적인 논의를 반드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비확산에 대단히 경직된 입장이라는 점에서 한국 핵추진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만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확보가 산업·안보적 관점에서 미국 국익에 부합된다는 확실한 인식이 있을 경우 미 행정부가 조력자가 될 수 있다”며 “국내 자체 생산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대내외 제약요인들을 미국 내 생산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을 사거나 빌리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미 조야의 반대로 좌절된 바 있는데 미국 내에서 건조하면 이 같은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은 정치적 수준의 승인으로 앞으로 남은 법·제도, 기술, 외교적 절차와 과제를 지혜롭게 협의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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