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일 다시 없길" 3년 전 참사 애도도
정부, 주말까지 인파관리 특별대책기간 운영
핼러윈을 맞은 31일 북적이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경찰이 우측통행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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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불타는 금요일)'과 핼러윈이 맞물린 31일 서울 이태원과 홍대 거리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다양한 분장과 의상으로 꾸민 청년들이 저녁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홍대엔 모인 청년들은 동물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 각종 캐릭터 코스튬(분장 의상) 차림으로 거리에 나섰다. 얼굴에 상처나 피 등 분장을 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토끼 모자를 쓰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던 일본인 나노하라(22)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고 귀여워서 모자를 샀다"며 "홍대에 사람이 많고 놀기 좋다고 들어 오고 싶었다"고 했다.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이태원을 찾은 최시원(19)씨는 "성인이 된 기념으로 이런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즐기다 막차 타고 귀가할 예정"이라고 미소 지었다.
핼러윈을 맞은 31일 시민들이 2022년 참사가 일어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벽에 붙은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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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도 엿보였다. 시민들은 당시 사고가 일어났던 이태원 10·29 안전의길 골목에 잠시 멈춰 벽에 빼곡히 붙은 추모 쪽지를 읽었다. "나도 당시 생존자다" "이 길이 너무 짧다" 등의 대화도 오갔다.
추모를 하러 멀리서 방문한 이들도 있었다. 강원도 횡성에서 온 김정원(21)씨는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려고 왔다"며 "현장을 둘러보니 희생자들이 느꼈을 공포가 이해되고 안타깝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엠버(20)도 "2022년 유튜브에서 뉴스를 접해 소식을 알게 됐다"며 "이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막상 보니 인터넷으로 접했을 때보다 더 상황이 와닿고, 참사가 정말 유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핼러윈을 맞은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 전광판에 다중운집 인파 사고 대처 요령이 송출되고 있다. 김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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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거리에서도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국인 잭(19)과 영우(19)는 "지난번 참사는 정말 슬펐다. 그들의 잘못으로 생긴 일이 아닌데, 그냥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을 비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윤나리(31)씨도 "참사 전에는 핼러윈에 이태원을 종종 방문했는데, 이번엔 걱정돼서 일부러 홍대로 왔다"며 "많은 사람이 즐거운 마음으로 찾은 곳에서 목숨을 잃었던 게 안타깝다. 이번엔 누구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핼러윈을 맞은 31일 축제 분위기인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 세워진 전광판에 인파 밀집도가 표시돼 있다. 김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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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안전 관리에 총력을 쏟았다. 행정안전부는 10월 24일부터 11월 2일까지를 '핼러윈 인파관리 특별대책기간'으로 운영하고 전국 33개 지역을 중점관리대상으로 관리한다. 서울시도 홍대와 이태원 등 8개 지역을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경찰청은 인파 밀집지역 14곳에 경력 4,922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지자체가 활용하는 인파 감지용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인파 정보를 공유하며 혼잡 상황에 대비했다.
이날 이태원과 홍대 골목 곳곳에 배치된 경찰관들은 "우측통행을 하라"고 반복해서 안내하고, 사진 촬영 등으로 인파가 몰리면 통행 방향을 관리했다. 홍대 일대를 붉은색으로 표현한 '레드로드'에는 약 200m 간격으로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인파 밀집도, 다중운집 인파사고 대비 국민행동요령 등을 알렸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홍대 전광판에 나타난 인파는 10만 명이 넘어 '매우 혼잡' 상태였다.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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