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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국민감기약 넘어 '국민제약사'로 도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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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즈니스 리더 ◆

    매일경제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이 '짜먹는 의약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민 감기약으로 떠오른 '콜대원'을 비롯해 멀미약 '차잘타액', 정맥 순환장애 치료제 '뉴베인' 등 15개 브랜드 26종의 짜서 먹는 의약품을 생산한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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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규모만 보면 '국민 감기약'이라는 호칭은 부담스럽지만, 제품을 만드는 정성과 자부심을 알아주시나 보다 합니다. 67년간 지켜온 창업정신을 되새기면서 국민 제약사를 목표로 우직하게 걸어가겠습니다."

    백인환 대원제약 사장(41)은 국내 제약시장에 '짜먹는 약'(스틱형 파우치) 열풍을 만든 주역이다.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제품은 감기약 '콜대원' 시리즈로, 2015년 출시 이래 5억포 넘게 팔렸다. 전 국민이 10개씩 복용한 셈인데, 누적 매출은 1106억원에 달한다. 출시 첫해 6억원이었던 매출은 2019년 61억원, 2022년 200억원, 2023년 318억원으로 상승했다.

    백 사장은 대원제약 전무 시절 콜대원 프로젝트를 처음 고안하고 10년간 사업을 이끌어왔다. 그는 "사업 계획을 보고할 때마다 속으로 덜덜 떨었다. 중간에 접으라고 하실까봐 두려웠는데 회장님과 부회장님이 묵묵히 밀어주셔서 성공할 수 있었다. 같이 고생해준 우리 직원들에게 제일 고맙다"며 웃었다.

    경쟁이 치열한 감기약 시장에서 콜대원이 국민 감기약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다. 당시 질병관리청이 확진자에게 지급한 건강 관리 세트에 어린이용 콜대원 키즈펜이 포함됐고, 타이레놀마저 품귀를 빚는 와중에 콜대원은 꾸준히 공급됐다.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 전국에 제때 공급하기 위해 경영진과 직원들은 사투를 벌였다. 진천공장은 24시간 돌아갔고, 임원들은 늦은 밤까지 현장을 지켰으며, 직원들은 촌각을 다투면서 제품을 만들었다. 백 사장은 "그때의 경험이 제 인생을 바꿨다"며 "눈앞의 이익보다 국민 건강이 우선하는 경영철학을 배웠고, 밥 먹을 시간까지 아껴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사업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콜대원으로 대박을 냈지만, 이는 대원의 원대한 비전 중 극히 일부다. 백 사장은 "급성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폐렴 등 호흡기 질병 전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며 "업계에서 대원 하면 '호흡기 치료제의 명가'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3~4년 내에 대원제약표 '두 번째 신약'을 내놓고, 창립 70주년이 되는 2028년에 본격 성장 궤도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2007년 '12호 국산 신약'이 된 펠루비정으로 대박을 낸 대원제약은 현재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DW4421)로 국내 임상 3상 시험 승인을 받고 대상자(피험자)를 모집 중이다.

    백 사장은 "최근 5년간 매출의 8.7~11%를 꾸준히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지출했다"면서 "좋은 약을 많이 만들어 R&D 투자를 더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서울바이오허브와 협업해 유망 바이오 벤처도 지원하고 있다. 백 사장은 "국내 바이오 생태계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라며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접근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백 사장은 "베트남 법인에 꾸준히 투자해왔고 몇 년 안에 아시아 주요국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진출하고 싶은 나라는 일본인데, 대원제약의 담대한 도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4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은 전국 영업 현장을 찾아다니고, 학회를 돌며 고객인 의사들을 만나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사업 아이디어도 그렇게 탄생했다. 1년에 두 번 그가 직접 진행하는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질의응답만 1시간 넘게 걸린다. 함께 체육대회를 뛰고 술자리도 기꺼워하며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경영철학과 회사의 방향성·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백 사장은 "제가 제일 자랑하고 싶은 것은 2007년 창단한 대원하모니 합창단이다. 직원들도 행복해하고 사회에 기부도 하고 '선한 영향력'이 노래를 타고 세상에 퍼지는 느낌"이라며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이 화두가 되기 한참 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진심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약사는 태생부터 ESG 기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원제약 창업주인 고(故) 백부현 회장은 1958년 창업 초기부터 단순한 의약품 유통이 아닌 '치료제를 전문으로 생산하겠다'는 뜻을 세웠고, 장손인 백 사장은 그런 창업주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백 사장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80주년 기념식에 갔는데, 국내 제약산업을 일군 분들 중에 할아버지 사진이 나와서 울컥했다"면서 "대원이 형제경영, 사촌경영을 잘하고 있는 것은 이런 창업주의 철학과 이념을 가족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 사장은 대원제약 2막의 DNA로 젊은 패기와 혁신, 글로벌을 꼽았다. 그는 "우리 직원들이 1300명 정도 되는데, 지역마다 다른 스토리와 전략에 감탄하곤 한다"면서 "이런 열정을 경영철학에 잘 녹아들게 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백인환 사장

    △1984년생 △2007년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제학과 졸업 △2009~2011년 삼정KPMG 헬스케어 컨설턴트 △2011년 대원제약 마케팅부 차장 입사 △2014년 OTC 신규사업부 이사 △2016년 마케팅부 상무 컨슈머헬스케어 담당 △2019년 마케팅본부 본부장(전무) △2023년~ 경영총괄 사장 △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이사장 및 제조품질혁신위원장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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