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도발에 외무상 러시아 출타
한중 겨냥 "비핵화 개꿈" 메시지까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11월 1일 조선인민군 제11군단 지휘부를 방문하시였다라고 보도했다. 11군단은 폭풍군단으로 불리며, 작년 러시아에 파병된 특수부대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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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려 전 세계 관심이 쏠리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누구보다 바쁜 한 주를 보냈다. APEC 계기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이 나오자 '비핵화 의제'로는 만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정작 북한이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했기 때문이다. 남한의 ‘외교 슈퍼위크’가 마무리될 때까지 북한은 매일 새로운 이슈를 던지며 '시선 끌기 행보'를 이어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인민군 제11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폭풍군단은 지난해 상당한 규모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최정예 특수작전부대다. 검은 가죽점퍼 차림의 김 위원장은 전투원들의 훈련을 참관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저열하고 비열한 적수”를 언급했는데, 이 와중에도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 등 수위를 조절했다.

김 위원장이 폭풍군단을 방문한 1일은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린 날이었다. 한중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 날을 굳이 골라 러시아에 파병된 핵심 부대를 찾아 북러 혈맹을 또 한 번 과시한 셈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를 “평양은 오지 않은 채 경주에 간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행보”라고 해석했다. 중국 전승절(9월 3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80주년 행사에서 굵직한 북중 교류를 이뤄냈더라도, 모든 주요 대화 테이블에 오를 자신들의 ‘비핵화 불가’ 원칙을 상기시키기 위한 전략적 몸부림이었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날 박명호 외무상 명의 담화를 통해 “비핵화는 개꿈”이라고 강조했는데, 남한보단 중국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됐다.

앞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나선 22일부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이날 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경주 타격이 가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북한 내륙으로 쏴 놓고는 이튿날인 23일 “전날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극초음속 미사일이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28일엔 서해상에서 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도 했다. 이 미사일은 발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던 주일미군기지까지 거뜬히 타격할 수 있는 제원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향한 '관심 끌기' 행보가 분명히 드러난 대목이다.

무엇보다 눈에 띈 건 트럼프 대통령 방한기간에 맞춰 러시아, 벨라루스 등 우방국으로 출타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 움직임이다. 27일 러시아에서 APEC에 오지 않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며 북러 결집 행보를 보였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경주에 못 오는 처지인 푸틴과의 결집으로 한반도 긴장 상황을 보여주려 했을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외면받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