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中 거래 허용, 최첨단 AI칩 예외”
“中 제압보다 협력하는 게 더 강해지는 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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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할지와 관련한 확답을 거부했다. 그러나 본인 답을 중국은 알고 있다고 장담했다. 더불어 미국에서 개발된 최첨단 인공지능(AI) 칩이 중국에 판매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확답 거부, 전략 또는 진심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BS방송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취한다면 미군에 대만 방어를 지시하겠느냐’는 질문에 “그 일이 일어나면 알게 될 것이다. 그(시 주석)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어제(부산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10월 30일) 이 주제가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며 “그(시 주석)가 이 문제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이냐’는 후속 질문에는 “내 비밀을 누설하고 싶지 않다. 누설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거듭 “그들(중국)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 그(시 주석)와 그의 측근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인 기간 동안 우리는 결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에서 공공연히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부산 미중 정상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진행됐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한 뒤 대만관계법에 따라 무기는 수출하고 있지만, 중국의 침공 등 대만 유사 사태 발생 시 군사적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줄곧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압도적 전력 우세 판단을 근거로 충돌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짐짓 낙관하는 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도 그 연장선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누차 대만 방어 의지를 천명한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안보 지원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던 만큼 여차하면 그가 대만 독립에 대한 입장을 중국에 대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여지도 없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방어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미국이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시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부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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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엔비디아가 최첨단 칩을 중국에 파는 것을 허용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언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하는 것 자체는 막지 않겠지만 최첨단 기술은 미국 외에 누구도 갖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말을 보낸 플로리다주를 떠나 이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그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블랙웰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공급할 것인지를 질문하는 취재진에 “막 나온 새 블랙웰은 다른 모든 반도체보다 10년 앞서 있다”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국가)에게 그것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희토류 공급망 자립 시기는 2년 뒤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위협이었고, 그래서 전 세계가 우리 요청으로 힘을 합쳤다고 생각한다”면서 희토류는 2년 내에 더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외로 중국에 대한 역지사지를 주문하기도 했다. 중국 입장도 이해해 보자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개인정보를 훔치고 미국 농지를 사들이는 식으로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우리도 그들에게 위협이고 당신이 말한 많은 것들을 우리도 그들에게 한다”며 “단순하게 그들을 제압하는 것보다 그들과 협력함으로써 우리가 더 크고 더 우수하고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거액 합의금 받고 출연
트럼프 대통령이 CBS ‘60분’에 출연한 것은 5년 만이다. 그는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 해당 프로그램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 쪽에 유리하게 편집된 인터뷰를 내보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올 7월 모회사 파라마운트와 CBS로부터 1,600만 달러(약 230억 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이후 CBS는 보도국장에 우파 성향 언론인인 바리 와이스를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 진행자에게 “당신은 훌륭한 새 리더를 얻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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