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기념품 가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묘사한 전통 러시아 목각 인형인 마트료시카가 판매용으로 진열돼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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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도, 중국도 모두 핵실험을 하고 있지만, 공개하고 있지 않을 뿐”이라며 미국의 핵실험 재개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BS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구를 150번은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도 핵무기가 많고 중국도 많아질 것”이라며 “내가 핵실험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러시아가 실험을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계속 실험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실험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실험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핵실험을 하는 유일한 나라는 북한뿐’이라는 사회자의 지적에 “러시아도 하고 있고, 중국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말하지(공개하지) 않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열린 사회이고 (실험을 하면) 그것을 이야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중국과 러시아)은 언론이 없고 우리는 언론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한시간 앞두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거론하며 다른 국가와 동등한 기준으로 미국도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서명했지만, 미국 등이 비준하지 않아 조약은 발효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1990년대 중반 이후 핵폭발 실험은 북한을 제외하고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니까 30년이 지난 뒤에 다시 미국이 핵폭발 실험(detonating nuclear weapons)을 시작한다는 의미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우리가 다른 나라들처럼 핵무기 실험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유관부처 장관인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논의하고 있는 미국의 핵실험은 핵폭발 실험이 아닌 비임계 실험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단지 그들을 제압하는 것보다 그들과 협력함으로써 우리가 더 크고 더 우수하며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개인 정보를 절취하고 미국 농지를 구입하는 등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질문받자 “우리도 그들에게 위협이며, 당신이 말한 많은 것들을 우리도 그들에게 한다”며 “우리는 그들을 항상 주시하고, 그들도 항상 우리를 주시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에 대해 군사 행동을 취한다면 미군에 대만 방어를 지시하겠느냐’는 질문에 “그 일이 일어나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시 주석)와 그 측근들은 공개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인 동안에는 우리는 절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중에는 시 주석이 대만 침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지난달 20일에도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시 주석과 관련해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혀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아주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방어 의지를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천명했던 전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대만 방어 여부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재임 중 대만 관련 비상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가운데 누가 더 상대하기 어렵냐는 질문에 “둘 다 똑똑하고 강한 리더들”이라며 “이 사람들은 함부로 장난칠 상대가 아니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자신의 정적(政敵)들이 잇달아 기소된 것을 두고 ‘정치 보복’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나는 기소를 당했지만, 무죄였고 결국 여기에 이렇게 있다”며 “그들은 너무나 부패하고 비도덕적”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헌법상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되는 2028년 대선에서의 3선 도전에 대해 질문받자 “그것에 대해 생각도 안 해봤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2028년에) 출마하길 원한다”며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CBS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것은 5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60분’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편집한 인터뷰를 내보냈다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 지난 7월 모회사 파라마운트와 CBS로부터 1천600만 달러(약 221억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을 보낸 플로리다주에서 이날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전용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블랙웰을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공급할지 여부에 대해 질문받자 “막 나온 새 블랙웰은 다른 모든 반도체보다 10년 앞서 있다”며 “우리는 다른 사람들(국가)에게 그것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전략경쟁국인 중국을 주로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나 한국이 엔비디아와 합의한 블랙웰 대량 도입 등 협력에 영향이 있을지 여부 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공급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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