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로보틱스가 상장 후 첫 전문경영인(CEO)으로 조남민 대표를 영입했을 때 회사의 지향점은 확고했다. '사업 구조 혁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조남민 대표의 커리어를 보면 더 뚜렷해진다. 그동안 필립스를 비롯해 짐머바이오멧, 트랙맨 등 다국적 기업에서 경력을 이어왔다.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엔젤로보틱스 제품을 진입시키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게 그의 미션인 셈이다.
그동안 맡았던 회사들과는 규모 자체가 달랐다. 당시 엔젤로보틱스는 랩실에서 벗어난 지 얼마안된 상황에서 코스닥에 상장한 단계였다. 안정적인 본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선 많은 허들을 넘어야 했다.
조남민 엔젤로보틱스 대표(사진)는 “구성원들의 마인드셋부터 일의 순서, 문화적인 부분까지 스타트업 펀더멘털 전체를 바꿔야 했다. 로봇과 AI라는 핑크빛 미래만 갖고 질렀던 환호성을 사업화와 실적이라는 현실 세계로 끌어와야 하는 냉정한 과제가 있었다”고 취임 1년 소회를 밝혔다.
그는 “취임 후 1순위는 수요처 창출이었다”면서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고 각 시장과 고객군에 맞게 전략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작업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가 정립한 엔젤로보틱스 시장 3대 축은 ‘헬스케어·방산·산업체’다. 헬스케어의 경우 종전엔 '보행보조' 로봇이라는 점에서 재활의학과로 시장을 한정했다. 지난 1년간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으로 세부 시장 확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병원에서의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정과 일상 생활까지 웨어러블 제품을 통해 케어한다’는 슬로건도 여기서 나왔다. 병원 중심 납품을 넘어 수요가 있는 환자에게 직접 공급한다는 ‘D2P(Direct to Patient) 플랫폼’ 구축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시장 진출은 대규모 수요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조 대표가 꼽은 핵심 과제였다. 국내에서 의료기기 사업의 각 단계를 거쳐 차근차근 빌드업을 진행 중이지만, 재활의료 수요는 많은데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고 웨어러블 제품도 전무한 아시아 시장의 경우 즉각적인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엔젤로보틱스는 최근 태국과 베트남에서의 제품 인증을 획득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재활을 돕는 로봇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터라 현지 반응은 뜨겁다. 연내 말레이시아에서의 인증도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동남아 3개국 진출이 현실화된 셈이다.
조 대표는 “고령화와 산업 재해에 따른 재활의료 수요는 동남아에서도 마찬가지로 급증하고 있어서 선점 효과가 충분하다고 봤다”면서 “그 중 태국은 동남아 최대 규모의 재활의료 수요 시장이고 베트남 역시 최근 급속히 커진 산업·제조 시설에서 사고가 많이 나고 있다. 동남아에서 가장 선진국 축에 드는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헬스케어 시스템을 기반으로 재활의료 수요도 최근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꼽은 엔젤로보틱스 제품의 강점은 행동의도 파악 기술과 힘 제어 기반의 액츄에이터, 지능형 동작 보조 알고리즘 및 데이터 모니터링 및 분석 4가지다. 이는 환자 입장에서 보행의 편안함과 실질적인 재활 효과, 가볍고 부드러운 착용감으로 이어진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웨어로블 로봇 제품이 이미 출시돼 있지만 기술적 측면에선 엔젤로보틱스가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내년엔 동남아 3개국을 넘어 해외시장 추가 확장이라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는 “동남아 3개국 다음 차례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라며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인구 4위라는 대규모 시장이 가장 큰 매력이다. GDP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헬스케어 수요가 결코 적진 않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지만 현지 의료 시스템 상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징적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의 종국적 목표는 유럽과 북미 시장이다. 세계 최대 규모 헬스케어 시장을 조 대표 역시 눈여겨 보면서 준비 중이다. 다만 현지 의료기기 인증 및 등록 절차나 임상 진행과 당국 승인을 받기까지의 허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시간을 좀 더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조 대표는 “아시아 최소 5개국 진출은 약속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럽과 미국의 경우 현지 제도와 사업 절차상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데 먼저 선점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매출 확대와 동시에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파일럿 테스트를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엔젤로보틱스를 바라보는 자본시장에서의 시선에 대해 조 대표가 당부하고 싶은 포인트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아직 태동기라는 점이다. 성장기 사이클로 들어서기 위해선 기다림은 필연적이라는 게 그의 관점이다.
조 대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 브랜드로 자리잡기까진 시간이 걸렸다”면서 “우리는 분명히 수요처를 만들어가고 있다. 열린 마음을 갖고 기다려주시면 반드시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상우 기자 info@the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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