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상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
두경부암 조기 진단 센서 플랫폼 개발
침 한 방울 사용...정확도 98% 달해
두경부암 조기 진단 센서 플랫폼 개발
침 한 방울 사용...정확도 98% 달해
정호상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가 침 한 방울로 두경부암을 조기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두경부암은 구강암, 후두암, 비인두암, 갑상선암 등 머리와 목 부위에 발생하는 암을 아우른다. [사진=국제성모병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침 한 방울로 두경부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데, 이번 기술로 두경부암 조기 발견율이 높아질 지 주목된다.
정호상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와 박준욱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한국재료연구원과 함께 침으로 두경부암을 조기 진단하는 센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두경부암은 입, 인후, 후두 등 머리와 목 부위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구강암, 갑상선암, 후두암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부위별 암을 합하면 암 발생 순위로도 6번째에 속하고, 조기 진단이 어려워 생존율도 높지 않다.
머리나 목 안쪽에 병변이 있기 때문에 생체검사나 내시경 접근도 어렵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비침습적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침 속 대사물질에서 두경부암의 성분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침 속 대사물질을 라만 분광법으로 분석하고, AI를 활용해 각 성분에 맞는 데이터를 분리해 냈다. 라만 분광법은 물질과 부딪힌 빛이 퍼지는 현상을 이용해 물질의 분자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기존에 진단 바이오마커로 활용하는 혈액보다도 침에는 이물질을 포함해 훨씬 많은 성분이 있다. 분광법으로 분석하더라도 결과값에는 수많은 신호가 섞여 있다. 침 속에는 여러 물질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신호가 어떤 성분에서 나왔는지는 구별하기 어려운데, 이를 AI가 해낸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두경부암의 존재와 진행 정도를 나타내는 15종의 바이오마커를 새롭게 제시했다. 단순히 암의 유무만이 아니라, 병의 발생 원리와 과정을 이해하는 데도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두경부암 환자와 정상인 50명의 침 시료를 분석한 결과, 둘을 구분하는 정확도가 98%에 달했다. 침만으로도 두경부암의 대사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병원 등의 현장에서 신속하게 활용하는 진단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높은 정확도는 탄소 물질인 그래핀이 만들어낸 나노입자 구조 덕분이다. 그래핀의 미세한 주름에서 금 입자가 성장하면 산호 형태의 나노입자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구조는 빛을 증폭하면서도 침 속에 포함된 물질을 모은다.
이러한 특징은 라만 분광법의 효과가 더욱 극대화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분광기에서 나와 증폭된 빛이 모여있는 대사물질을 만나기 때문이다.
침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지난해 침 한 방울로 유방암을 탐지하는 검사 장치를 개발했다.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은 최근 침 한 방울로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진단하는 기술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침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고, 이번 고려대와 서울성모병원의 연구도 동일선상에 있다. 정호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침 속 대사 변화를 이용해 두경부암을 비침습적으로 조기 진단하는 세계 최초의 현장형 플랫폼”이라며 “향후 다양한 질환의 조기 진단과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서효정 한국재료연구원 연구원(제1저자), 박준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교신저자), 정호상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교신저자). [사진=고려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