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권 중소기업대출 연체액과 연체율 추이/그래픽=최헌정 |
지방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중소기업대출 연체액이 5000억원 넘게 늘면서 평균 연체율도 1%선을 돌파했다. 1%선은 통상 부실 리스크의 '경계선'으로 지역경제의 회복 없이는 지방은행들의 자체적인 건전성 관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4곳과 대구·경북에 거점을 둔 시중은행 iM뱅크의 올 3분기 기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단순평균은 1.10%로 집계됐다. 1년 전(0.63%)보다 0.47%포인트(P) 급등하면서 1%대를 훌쩍 넘어섰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액도 총 1조2761억원으로 2022년(3534억원) 대비 3년 만에 약 3.6배 늘었다. 특히 최근 1년 새 5035억원 불어나면서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다. 연체율과 연체액이 동시에 급등했다는 것은 대출 잔액 증가보다 부실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은행권에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1%는 일종의 '주의' 단계로 여겨지는 경계선이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평균 연체율이 0.5%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지방은행권은 이미 구조적인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실 확산의 출발점은 2022~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방은행들은 지역 경기 둔화 속에서도 건설업·부동산업·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수도권보다 시장규모가 작아 예대마진 여력이 제한되다 보니 부동산 여신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 미분양 등 부동산 경기침체에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경영난에 빠졌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383곳으로 지난해 동기(357곳) 대비 7.4% 증가했다. 한국은행도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서 '지방 부동산시장 부진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위축으로 골목상권 중심의 연체도 커졌다. 지방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상·매각하며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고 있으나 충당금을 적립하며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제 살 깎아먹기'에 그친다. 지역 내 자금 공급을 책임져야 하는 특성상 자금경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도 발생한다.
복합적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은행들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우대 금융'이 리스크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 주력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리·한도를 우대하는 지방 전용 대출·보증상품을 신설하고 지역 전용 펀드 조성으로 자금 활력을 불어넣을 방침이다.
또 지방 중소기업 대출의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고 인터넷은행과의 공동대출 등 협업을 확대해 지방은행의 여신 기능 회복을 유도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큰 지방은행들은 이러한 공동대출과 보증확대가 장기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지역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부실의 급증세도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충당금 버퍼를 넉넉히 쌓아 리스크는 관리하고 있으나 경기 반등이 빠르게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1%가 새 기준선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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