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고립 예방 등을 위한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이 지난달 22일 부산 북구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호박전과 해물콩나물찜, 견과류 멸치볶음을 배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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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오후 3시, 부산 북구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식당 내부는 왁자지껄했다. 위생모와 마스크를 쓴 남녀 6명이 김은미 강사의 지도 하에 요리에 열중했다. 메뉴는 견과류 멸치볶음과 해물콩나물찜, 호박전.
언뜻 평범해 보이는 요리 교실이지만, 참석자들은 고립 위험을 가진 1인 가구원이 대부분이다. 주로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다. 이곳에선 집에서 해 먹을 반찬 등을 만들며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는 '소셜 다이닝'이 매주 이뤄진다. 강사이자 인근 주민인 김씨는 "다들 같이 요리를 하고 나눠 먹으며 금방 친해졌다"고 했다. 이날도 "내가 직접 해보면 맛없을 때도 있더라"는 장모씨 말에 "그렇지"라며 이모씨가 추임새를 넣었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사회적 고립에 따른 자살·고독사 등 '고위험군'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지자체가 사례 관리와 지원에 나서지만, 여전히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가 적지 않다. 특히 1인 가구 비율(지난해 37.2%)이 높은 부산은 이러한 문제가 크다. 그러자 '소셜 다이닝'처럼 부산 북구·부산진구 지역사회가 고립된 이들을 돕기 위해 직접 나섰다.
이곳에선 일반 주민이 '발굴단'을 자처해 힘든 이웃에게 먼저 손을 건네곤 한다. 올해 65세인 강모씨는 경로식당 봉사, 부녀회 활동 등을 하다 자연스레 1인 가구 발굴·관리에 나서게 됐다. 그는 "처음에 고립 가구에 가보면 집에서 안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계속 찾아가서 오래 대화하고, 음식 등을 갖다 주면 서서히 문을 열게 되더라"고 말했다. 어렵게 집 밖으로 나오는 이들의 "고맙다" 한 마디가 이 일을 끊기 어렵게 한다. 주민센터에서 위기 가구와 접촉이 되지 않을 때 대신 나서는 '해결사' 역할도 맡는다.
1인 가구 고립 예방 등을 위한 ‘소셜 다이닝’ 프로그램이 지난달 22일 부산 북구 남산정종합사회복지관 식당에서 열렸다. 두 참석자가 호박전을 만들기 위해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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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로젝트는 2022년부터 3년간 지역 사회복지관 중심으로 진행됐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역 의제에 맞춰 지원하는 기획사업의 일환이다. 부산 북구는 중장년 중심의 1인 가구와 지역사회 간의 관계망 형성, 부산진구는 사회복지관·정신건강센터 등이 고위험 가구에 대한 지원을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회적 고립을 '남의 일'이 아닌 '우리 일'처럼 보자는 취지가 담겼다.
사랑의열매가 뿌린 씨앗은 서서히 싹을 틔운다. 최모(70)씨는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극심한 우울감을 호소했다. 석달간 집에 꼼짝 않고 머무르기도 했다. 하지만 1인 가구를 위한 반찬 만들기, 여행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달라졌다. 지금은 일본어 수업 등 외부 활동에 활발히 참여한다. 그는 "복지관에 오려고 준비할 때마다 마음이 즐겁다"고 말했다.
사회적 지지망이 커진 데 따른 정신건강 개선은 뚜렷하다. 두 지역 모두 1인 고립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올라가고, 우울감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산진구 고립 가구원 중 자살시도자 비율은 사업 참여 전 25.8%에서 참여 후 6.1%로 크게 감소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지훈 만덕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사회적 고립은 중장년 1인 가구가 제일 많지만, 자존심이 강한 이들 위기 가구를 찾아내고 도움을 주는 건 여전히 숙제"라면서 "앞으로도 이웃·친구·주민 등 비공식 지원 체계를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은정 부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 가구 고립을 해소하려면 정부의 개입만큼 이웃 주민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수적"이라면서 "지역사회 민간 네트워크를 공공 부문과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부산=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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