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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5000억달러 오픈AI, 50억달러 적자”…증시 흔드는 AI 거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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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5일 코스피가 급락해 4004.42를 기록했다. 한때 3867.81까지 떨어졌다. 이날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돼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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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인공지능(AI) 거품론’ 공포가 5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뒤흔들었다. 독일 DAX, 프랑스 CAC 등 유럽 증시도 하락세로 출발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등 미국발 악재도 맞물렸다.

    미국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팔란티어가 4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8% 가까이 폭락한 게 직격탄이 됐다. 팔란티어의 3분기 매출액은 11억8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팔란티어 주가는 올해 들어 152.2% 뛰었다.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14배로 ‘고평가’ 논란이 커졌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이 AI의 잠재력을 주가에 반영해 왔지만, 이제는 ‘증명하라’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실적이 뒷받침돼도 200배의 PER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 대표 종목인 오라클도 3.75% 내렸다. AI 열풍을 이끈 엔비디아와 AMD도 4% 가까이 하락했다.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선행 PER이 약 30배로 지난 10년간 평균(25배)을 웃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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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거품론을 확산시킨 건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대표가 팔란티어·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에 베팅(풋옵션)한 게 알려지면서다. 그는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미국 증시 폭락을 예견한 투자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이언자산운용은 9월 말 기준 팔란티어에 9억1200만 달러(약 1조3200억원) 상당의 풋옵션과 엔비디아에 약 1억8700만 달러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공시했다. 버리 대표는 소셜미디어에서 “우리는 종종 거품과 마주한다”며 “때로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승리 전략일 때도 있다”고 밝혔다.

    AI 거품론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가 올해 상반기 생성형 AI를 도입한 15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95%가 유의미한 매출 제고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운용업계 관계자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기업 가치가 50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지난해에만 50억 달러 적자를 냈다”며 “막대한 투자에 비해 수치로 보이는 성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00년 닷컴 버블과 비교하면 AI에 쏠리는 자금은 이제 초기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990년 초반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2% 초반에 불과했던 컴퓨터 등 정보처리 장비에 대한 투자가 2000년 말 2.9%까지 약 0.9%포인트 상승했다”며 “(같은 조건에서) 현재는 이보다 절반 수준인 0.4%포인트 올랐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AI 투자에 나선 데다 생성형 AI 기술이 대중화되고 있어 주가에 거품이 꼈다고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월가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증시가 올해 과도하게 오른 데다, 연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줄면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글로벌 증시가 앞으로 1~2년 동안 10~20%가량 하락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염지현 기자 yeom.ji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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