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영화계 '좀비딸' '보스' 코미디 영화 강세
"장르물에 대한 피로감, 코미디 수요 높였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 이미지. ㈜쇼박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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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극장가는 코미디 장르가 강세다. 2025년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영화 '좀비딸'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의 장기 흥행을 멈춰 세운 영화 '퍼스트 라이드'까지 빵빵 터지는 코미디를 향한 관객의 관심이 뜨겁다.
'퍼스트 라이드', 日 애니 흥행 독주 막았다
'퍼스트 라이드'가 개봉 이후 6일 연속 전체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흥행 독주를 멈추게 한 유의미한 기록이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퍼스트 라이드'는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까지 뭉치면 더 웃긴 24년 지기 친구들이 첫 해외 여행을 떠나는 코미디물이다.
'퍼스트 라이드'는 실관람객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들의 케미부터 감동과 재미를 다 잡은 서사가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특히 지난 2023년 극장가를 달군 영화 '30일'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던 남대중 감독과 배우 강하늘의 코미디 케미가 다시 한번 빛났다는 평이 이어진다. '30일'은 개봉 당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장기 흥행에 성공했다. 감각적인 연출력을 자랑하는 남대중 감독과 코미디 장르에 강한 강하늘의 재회는 믿고 보는 조합으로 거듭났다.
'퍼스트 라이드' 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의 흥행 요인에 대해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에서 현시점 극장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며 "유독 같이 보는 맛이 있는 장르인 만큼 관객들이 극장을 찾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 '좀비딸' 스틸이미지. (주)NEW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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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극장가를 달군 코미디 영화들
앞서 올해 여름에는 영화 '좀비딸'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7월 30일 개봉한 '좀비딸'은 누적 관객 수 500만 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관객과 만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이후 11개월 만에 전해진 500만 돌파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좀비딸'은 장기 흥행을 이어가며 2025년 개봉된 국내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이야기를 그린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흥행 불패의 장르를 비틀어 좀비를 이겨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기존의 공식을 깨고 휴먼과 코믹을 가미한 좀비물이라는 점에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조정석,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최유리 등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들이 만들어낸 시너지는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흥행 배턴을 이어받은 작품 또한 코미디 장르다. 최장 10일의 추석 연휴 동안 적수 없는 흥행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데 이어 좌석판매율 40.4%를 달성한 영화 '보스'다.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물이다. 정식 개봉에 앞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돼 최초로 만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개봉 이후 손익분기점 170만 명을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보스'가 내세운 전략 또한 재미다. 추석 맞춤형 가족 단위 물론 전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을 강점으로 내세워 관객 앞에 섰다.
영화 '보스' 스틸이미지.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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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이야기에 대한 피로감, 잘 만든 코미디로 해소"
코미디 장르의 흥행은 사회상과 연관이 있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 사회적 양극화, 팬데믹 같은 집단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코미디물이 눈에 띄게 흥행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에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국내에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주유소 습격사건' '가문의 영광' 등 코미디 영화가 큰 사랑을 받았다.
장르물에 대한 피로감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시장에는 범죄물이나 스릴러, SF 장르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다소 무거운 장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반대로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코미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심각한 이야기에 대한 일종의 피로를 느낀 소비자들이 코미디물로 눈길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극장뿐만 아니라 최근 OTT와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끄는 작품을 헤아려보면 흥미롭고 발랄한 장르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좀비딸', '보스' 등은 관객으로부터 소재의 참신함을 인정받았다"며 "결국 잘 만든 코미디물에 갈증을 느끼는 관객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연주 기자 yeonju.kim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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