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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기억할 오늘] 골프 티(Tee)를 만든 흑인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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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조지 그랜트의 티(Tee)

    한국일보

    19세기 말 미국 보스턴의 흑인 치과의사 조지 그랜트(오른쪽)가 사실상 발명한 골프 티. pga.com,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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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코스에서 홀을 시작하는 출발 구역을 티잉 그라운드(Teeing Ground)라고 한다. 공을 바닥에서 살짝 띄워 지지하는 작은 도구인 티(Tee peg)를 꽂고 첫 번째 샷(Tee Shot)을 하는 지점이라는 의미. 티는 매 홀 첫 공을 칠 때만 사용할 수 있는데, 그건 드라이버나 아이언 헤드와 바닥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공의 상승 궤도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의 비거리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기분 좋은 시작을 위해 모두가 공유하는 특권적 규칙인 셈이다.

    그 골프 티가 19세기 말 미국의 한 흑인 아마추어 골퍼에 의해 최초로 개발됐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치과의사 조지 그랜트(George F. Grant, 1847~ 1910)가 주인공. 도망 노예 출신 부모의 아들로 뉴욕주에서 태어난 그는 1870년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선 역사상 두 번째로 하버드대에서 치의학 학위를 받고 교수(1871~75)가 된 극소수 흑인 엘리트였다. 병원을 개업한 뒤 구개열 환자를 위한 특수 보철장치를 개발해 큰 명성을 얻었고, 그 독보적인 기술 덕에 부유층 백인 환자들이 많았다. 당시에도 상류층 백인들의 스포츠였던 골프를 그가 즐길 수 있었던 배경이 그러했다. 북동부 대도시여서 인종차별이 덜했던 덕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골퍼들은 티박스에 비치된 축축한 모래나 흙을 손으로 주물러 작은 원뿔 모양의 흙더미를 만들어 티샷을 했다. 당연히 불편했고, 티의 높이나 모양도 일정치 않았다. 골프광이었던 그랜트는 고무 재질의 치과용 재료(gutta-percha)로 지금과 같은 티를 성형, 1899년 12월 12일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하지만 그는 그 발명품을 상업화하지 않고 친구와 골프 파트너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곤 했다.

    그의 사후 유사한 골프 티들이 만들어져 더러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고, 그랜트는 이내 잊혔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그랜트의 특허와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91년이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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