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3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실손 있잖아" 대뜸 병원 가서 영양주사…구멍 뚫린 건보 재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T리포트] 건강보험 적자 공포(下)

    [편집자주] 지난해 의료비 지출이 116조원을 돌파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당장 내년부터 적자가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령화 등으로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가입 시 필수로 함께 가입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지출 구조를 효율화해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어떻게 하면 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지 알아본다.



    "실손 있으니까" 도수치료 받고 쓸데없이 입원…건보 11조 '줄줄'


    머니투데이

    비급여 규모 추정/그래픽=김지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을 탄탄하게 하려면 과잉 의료를 단속해 '빠져나가는 돈'을 줄여야 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급여 진료 외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는 게 핵심으로 꼽힌다. 오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고 불필요하면 퇴출하는 평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공보험의 역할 강화를 위해 실손보험 보장률 조정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애초 비급여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치료로 급여 대상에 제외돼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를 말한다. 물리치료(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영양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 급여 진료를 보완하는 성격을 띄었지만 실손보험 확대와 맞물려 2014년 11조2000억원에서 2023년 20조2000억원으로 10년 새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비급여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커버하면서 안 해도 되는 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입원·외래 등 급여 진료가 수반돼 건보 재정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머니투데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비급여로 누수되는 건보 재정은 상당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이 지난 5월 실손보험에 따른 비급여 진료가 건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5년간(2018∼2022년) 자료를 전수조사했다. 실손보험 데이터 약 3억건, 건보 데이터 약 4억건을 연계해 실손보험 유무에 따른 초과 의료 이용량과 진료비를 분석했다. 연령, 소득, 보유 질병 등을 비슷하게 매칭해 오차를 최대한 줄였다. 의학적 적정성 등 질적 평가는 배제했다.

    그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는 비가입자(또는 가입했지만 미청구자)보다 1인당 외래진료를 연간 2.33~7.7일, 입원진료는 1.54~7.05일 더 받았다. 이에 따라 총진료비가 최소 12조9400억원에서 최대 23조2800억원 초과 발생했다. 건보 재정(공단 부담금)은 3조8300억~10조9200억원, 비급여 진료비는 7조400억~8조4100억원, 본인 부담은 2조700억∼3조9500억원이 더 들었다.

    머니투데이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주요 내용/그래픽=윤선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비급여 통제를 통한 건보 재정 단속을 시작했다. 꼭 필요한 치료는 급여화해 확실히 보장하면서도 과잉·남용되는 비급여는 관리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이어 지난 5월부터 '비급여 관리 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관리급여 신설 △비급여 재평가 및 퇴출 기전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오남용되는 기존 비급여와 신의료기술처럼 새로 도입되는 비급여의 통제를 위해 이른바 '비급여 관리법'이 필요하다는 둥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관리급여는 진료비, 진료량, 가격 편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항목을 먼저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급여는 '오남용 우려 비급여'에 본인 부담률을 90~95%로 높이고, 실손보험과 연계하지 못하게 해 과잉 진료를 차단하게 하는 게 골자로, 진료 기준·가격 등의 기준을 제시해 의료의 질을 담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형선 국민의료복지연구원장(연세대 명예교수)는 "본인부담률이 높아는 것은 가격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줄이게 하자는 의미가 있다. 의사 등 이해관계자의 이견을 조율해 항목을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이에 맞춰 실손보험도 본인부담률을 50%까지는 확대하는 등 보조를 맞춰야 비급여 팽창을 억제하는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의 모습./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국회도 비급여 관리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실 교수 출신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보고를 인용하며 "실손보험과 비급여 진료 관리를 잘하면 연간 약 11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실손보험과 비급여의 결합, 불공정한 수가 구조를 방치하면서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에 허위 부당 청구가 의심되는 건이 매우 많았고, 이로 인한 실손보험의 재정 누수도 2조6000억원에 달했다"며 "실손보험 심사와 건강보험의 심사를 연계하면 허위 부당 청구가 불가능해지고 과잉 진료를 억제할 수 있는 투명 심사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건보공단이 진행하고 있는 비급여 코드의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림대의료원 영상의학과 외래교수 출신인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역시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으로 인한 과잉 진료는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금융당국과 복지부, 건보공단이 함께 협의해서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병장수 시대, 의료·돌봄비 급증…"치료보다 예방" 디지털 해법 '주목'


    머니투데이

    시니어에 '에이지 테크' 적용해보니/그래픽=김지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이 드는 대한민국에서 만성질환 증가와 이에 따른 의료·돌봄비 급증의 대안으로 '디지털 해법'이 주목받는다. 치매, 암, 만성 폐쇄성 폐 질환, 심혈관 질환, 당뇨병과 같은 노인성 질환을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로 관리하면 궁극적으로 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사 출신인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머니투데이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이 의료비용 절감과 효율성 개선의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해 2월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활용한 AI 기반의 혈당 관리 솔루션 'PASTA(이하 파스타)'를 출시했다. 다음 달부터 혈압(고혈압), 수면 등 관리 질환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황희 대표는 만성질환은 고령층에겐 '바늘의 실'처럼 따라온다고 바라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빠른 고령화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사망자 35만2000여명 중 78%인 27만5000여명이 암, 심장병, 뇌졸중과 같은 만성질환을 이유로 숨을 거뒀다. 갈수록 의료 수요와 비용이 동시 급증하고 있지만 미래에도 지금처럼 병의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보재정이 제한된데다 저출산을 이유로 이를 늘릴 '뾰족한 수'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AI와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사의 '대체제'가 아닌 '보완제'로 주목받게 된 배경이다.

    황 대표는 "의료 시스템에 위해를 가하거나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의사가 관심을 갖지 못한 데이터를 보고, 예방할 수 있는 영역의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 기술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빅테크의 역할"이라며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원격 모니터링은 합병증 발생을 조기에 감지하고, 입원이나 응급실 방문과 같은 고비용 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만성질환자의 의료비 중 약 27%를 원격의료로 절감한 병원 사례도 보고됐었다"며 "진료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검사와 시술·입원을 막아 의료 지출을 감소시키는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사진 왼쪽)와 김영선 경희대 에이지테크 연구소장.


    김영선 경희대 에이지테크(AgeTech) 연구소장도 "중장년층이 '에이지 테크'를 이용하면 신체·인지·심리·사회적 건강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지테크는 시니어와 돌봄 인력을 위한 모든 제품과 기술, 서비스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최근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지테크는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건강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만큼 병원에 덜 가게 돼 의료비가 줄고 돌봄에 필요한 인력·비용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5월 "AI, 디지털 플랫폼, 자동화 기술 등 에이지 테크는 경제적 이익이 엄청나다"면서 "노인성 질환을 예방·관리해 기대수명을 1년 늘리는 것만으로도 38조 달러(약 5경 4360조원), 10년을 연장할 경우 367조 달러(약 52경 5000조원)의 막대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경희대 에이지테크 연구소가 2019년부터 시니어를 대상으로 돌봄 로봇, 디지털 기술 등 에이지테크를 실증한 결과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노쇠 개선(89→93점), 인지기능 개선(31→38점), 주관적 건강(70→74점) 점수는 상승했다. 반면 우울(31→18점), 고립감(46→41점) 점수는 낮아져 시니어의 건강에 긍정적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이승(이동) 보조, 자세 변환 등에 로봇을 활용할 경우 간병인 등 돌봄 인력의 신체적 부담도 줄었다. 돌봄 로봇을 사용할 경우 근육 사용량과 작업부하가 각각 63%, 7% 감소해 장기적으로 돌봄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예측됐다.

    AI·로봇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건강관리는 개인의 질병 예방과 동시에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김영선 소장은 "나이가 들면 돋보기를 쓰고, 집안일을 쉽게 하려 세탁기·로봇청소기를 구입하는 것처럼 에이지테크가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정부가 연구개발 투자 확대, 펀드 조성, 규제 완화 등 에이지테크 중심의 시니어 산업 육성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희 대표는 "AI 등 첨단기술과 빅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인 담론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